저유소 화재 원인은 풍등, CCTV 공개…“스리랑카인 선처해야” 靑 청원 봇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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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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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원인은 풍등, CCTV 공개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진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남성 A 씨(27)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온라인에서 A 씨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8시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 A 씨에 대해 언급한 청원이 30여 건 게재됐다. A 씨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도 여러 건 있지만, 상당수가 A 씨를 선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고는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 상의 문제와 안전불감증 등이 부른 참사라는 것.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고양 저유소 화재의 본질은 풍등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이다’, ‘구속된 스리랑카 외국인에게 책임을 묻지 마세요’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는 스리랑카 근로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 저유소를 지키는 근로자와 감독자의 잘못이고, 여전히 우리나라에 만연한 복지부동, 안일함, 무사주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른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거다. 3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의 과실이 더 큰 것”이라며 “돈 벌고 일 하기 위해 들어온 평범한 우리 이웃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행여 과실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구속은 부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 “법리적 문제가 아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한다면 스리랑카인 아니었으면 이렇게 위험 시설이고 중요한 시설인 저유소의 관리가 허점투성이인 걸 까맣게 몰랐을 거다.(개인적으로 구속이 아니라 상을 주고 싶다)”며 “이렇게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 참사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제발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스리랑카 근로자를 희생양 삼아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이 화재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고 재발 방지에 제발 힘써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7일 오전 10시 32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 떨어진 지름 40cm, 높이 60cm의 풍등을 발견하고 날려 보냈다. 이 풍등은 바람을 타고 오전 10시 34분경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근처 잔디밭에 떨어졌다.

10시 36분경 잔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 붙으면서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경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
이번 화재를 통해 7738만ℓ의 석유류가 보관돼 있는 해당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 붙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지만 탱크 외부에는 화재를 감지하는 영상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 이 때문에 화재 당시 직원 6명이 있었지만 잔디에 붙은 불이 저장탱크 화재로 이어지기까지 18분 동안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또 이 풍등은 6일 오후 8시경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행사 중 날린 70여 개의 풍등 가운데 하나였다. 해당 학교에서 풍등을 날리는 행사는 2011년부터 8년째 열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관할 소방서장은 풍등 같은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것을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어기고 풍등을 날리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법상 1000명 미만이 모이는 행사는 ‘재해 대처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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