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휴식처로 바뀐 ‘공공기관 1층 로비’

  • 동아일보

대구 중구청 1층 민원실 옮기고 카페-건강상담실 등 만들어 인기
올여름엔 무더위 쉼터 역할도

22일 오후 대구 중구청 1층 로비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구는 민원실이 있던 1층을 주민 휴식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대구 중구 제공
22일 오후 대구 중구청 1층 로비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구는 민원실이 있던 1층을 주민 휴식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대구 중구 제공

“윷이네!” “아이고 잡혔다. 우야노.”

윷놀이를 하던 동네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옆 테이블에선 돋보기안경을 쓴 어르신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둥그런 기둥을 둘러싼 원형 소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예 드러누워 편하게 단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런 풍경이 관공서 로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곳은 대구 중구청 1층 로비. 중구는 올 6월 청사를 리모델링하면서 1층에 있던 민원실을 통째로 2층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휴식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대구 공공기관 가운데 1층에 카페나 일부 쉼터 등을 마련한 곳은 있었지만 1층 전체를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곳은 중구가 처음이다.

23일 중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올해 6월 15일 예산 33억9500만 원을 들여 청사 내부 리모델링을 했다. 20여 년 된 청사 내부가 많이 낡은 데다 11, 12층에 있던 대구시 건설본부가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으로 옮겨가면서 부서 재배치 등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2개 층의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이참에 1층을 주민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꾸며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에 1층에 있던 민원토지과와 건축주택과를 2층으로 옮겼다. 그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주민들이 민원 업무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1098m² 면적의 청사 1층은 북카페 형태의 아늑한 공간으로 꾸몄다. 창가에는 4단 높이의 책꽂이 10여 개를 놓고 800여 권의 책을 구비했다. 책꽂이 앞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게 크고 작은 테이블을 배치했다.

1층에는 주민들이 휴식을 하며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들어섰다. 이 카페는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재단에 운영을 맡겼다.

대구남산복지재단의 장애인 공동작업장인 마중물일터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선 재단 소속의 매니저 2명과 장애인 바리스타 4명이 매일 신선한 커피를 뽑아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한 잔에 2000∼3500원 수준이다.

카페 옆에는 중구보건소의 건강상담실도 마련했다. 이곳에는 혈압계와 혈당계, 체중계, 체성분검사기 등을 갖춰 주민들이 언제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청사 1층은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 분위기다. 구청을 개방하는 오전 9시∼오후 9시 매 시간마다 100명 안팎의 주민이 찾아 휴식을 즐긴다. 올여름엔 무더위 쉼터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중구 주민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다.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김모 씨(77·여)는 “시원한 공간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어 근처에 사는 친구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청사 리모델링으로 1층 로비가 딱딱한 관공서 이미지를 벗고 주민 중심의 여가공간으로 변모했다”며 “앞으로 주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와 청사 개선에 더욱 힘을 쏟아 ‘사람중심 중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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