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28일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전동차의 부품과 안전 상태에 대한 각종 정보가 자동으로
정비사에게 전송되는 전동차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부품 교체시기도 예측할 수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하철은 편리하지만 지하에서 이동하고 갈아타는 경험이 유쾌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상가도 역마다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채우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58)은 28일 동아일보와 만나 “잠실역과 청담역을 시작으로 지하공간을 ‘퓨처 스테이션’으로 만들겠다. 그것 때문에 지하철역을 찾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운송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테마공간으로서 사람을 끌겠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2014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2016년 서울메트로 사장에 이어 지난해 5월 31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통합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됐다.
그는 이날 인터뷰 내내 지하철역이라는 공간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하철역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공간만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처럼 주변 지역의 포털(관문)이자 허브(중심)다. 오래 머물고 즐겁게 소비하는 곳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역마다 개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은 역과 짝지을 테마 생각으로 가득했다. 올 하반기 사업자를 공모하는 2·8호선 잠실역의 테마는 스포츠다. 올림픽종합운동장과 잠실야구장, 체육관, 수영장이 주변에 있어 사람들이 자주 모인다.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활용한 게임아케이드가 들어서면 금상첨화다. 2호선 성수역은 구두, 3·4호선 충무로역은 영화, 3호선 안국역은 독립운동, 6호선 이태원역은 글로벌…. 7호선 반포역에는 오래된 전동차를 전시하고 VR 운전체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277개 역에 상가 약 1889개를 보유한 서울교통공사는 올 초부터 기존 임대계약이 만료된 상가는 업종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를 달리하고 있다. 일부 점포를 이렇게 비우는 것은 단기이익 추구보다는 역의 테마에 따른 맞춤형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연간 임대수입이 약 2000억 원인데 지하철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하공간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만성 적자에 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은 약 5200억 원. 올해도 노인·장애인 무임수송과 환승 할인으로 각각 적자 3600억 원과 적자 2500억 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노인은 외출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경기도와 서울을 버스와 지하철로 자유롭게 갈아타며 오가는 것 역시 시민에게 장점이다”라며 “이 같은 ‘복지수송’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2년 전 수리 외주업체 직원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전동차에 부딪혀 숨진 날이기도 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가 외주에서 지난해 직영(무기계약직)으로, 올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는 “인력이 늘고 처우가 좋아지면서 대충 수리하다 다시 망가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며 “야간에도 예방점검을 할 수 있어 하루 60건에 이르던 스크린도어 고장이 10건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채 출신 7급의 불만을 불렀고 내부 갈등도 생겼다. 정규직으로 바뀐 7급보는 3년이 지나면 7급이 될 수 있다. 김 사장은 “차이는 인정하되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며 “(3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7급이 되고 싶다면 시험을 치러서 합격하면 된다”고 말했다. 1년에 2회로 예정된 첫 시험은 다음 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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