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아닌데… 의인 칭찬 부담스러워” 고의사고로 생명 구한 한영탁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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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고속도 영웅’ 뜨거운 반응… LG그룹서 주는 ‘의인상’ 받게 돼

“영상 속 그대로예요. 그게 내가 한 일의 전부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에 일부러 사고를 내 참사를 막은 한영탁 씨(46·크레인 기사·사진)는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씨는 영화 같은 자신의 선행이 알려진 뒤 쏟아지는 관심을 적잖이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였다.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시민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며 민망해했다.

하지만 당시 자세한 사고 상황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고속도로 의인’ ‘투스카니 의인’ 같은 이름을 붙였다. 투스카니는 사고 당시 한 씨가 운전했던 차량이다.

‘고의 교통사고’가 있었던 제2서해안고속도로는 평소 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이 자주 다니는 곳이다. 한 씨가 정신을 잃은 A 씨(54)의 코란도스포츠 승용차를 막아서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코란도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1.5km가량 들이받은 채 달리며 속도가 줄었지만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를 가로막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시민과 누리꾼의 찬사에 이어 각계 표창도 이어진다. LG복지재단은 한 씨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2015년 9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주도로 제정된 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들에게 수여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다 차에 치여 숨진 정연승 육군 상사,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자신의 사다리차를 동원해 인명을 구한 이양섭 씨(53) 부자에 이어 한 씨까지 72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앞서 경찰도 그에게 표창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또 한 씨가 몰던 투스카니 차량의 제작사인 현대자동차는 그에게 2000만 원 상당의 신형 벨로스터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LG의인상 수상자로 결정된 뒤 한 씨는 “그저 더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마 누구라도 도우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재희 기자
#고의사고#한영탁#lg 의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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