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 쓰레기로 ‘청정 바다’가 죽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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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페트병-스티로폼 등… 해안 바위틈새마다 쓰레기 천지
발생지역 넓어 문제해결 역부족… 처리과정서 2차 환경오염 우려도

올레 20코스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지역. 자전거 탐방객이 지나는 해안에 스티로폼, 플라스틱, 폐목재 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올레 20코스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지역. 자전거 탐방객이 지나는 해안에 스티로폼, 플라스틱, 폐목재 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8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올레길 20코스. 쪽빛 바다와 우윳빛 해변이 어우러진 코스로 파호이호이 용암이 만든 빌레(용암이 평평하게 퍼진 암반지대), 용암이 빵처럼 부풀어 오른 튜뮬러스 등이 화산섬의 특징을 보여준다. 국가풍력실증연구단지 풍력발전기가 이색 풍경을 안겨주고 파란 꽃이 활짝 핀 반디지치, 빨간 꽃의 갯완두가 한창이었지만 이내 눈살이 일그러졌다.

○ 제주해안 쓰레기로 몸살

20코스 시작점인 김녕서포구를 출발하자마자 플라스틱 쓰레기, 페트병, 폐그물, 로프, 스티로폼, 부표 등이 길목이나 해안 바위 틈새마다 쌓였다. 대부분 어선에서 버린 폐어구들로 보이지만 피서객,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스티로폼 부스러기는 해안가에 둥둥 떠다니며 해조류와 섞였다. 플라스틱 미세조각을 물고기 등 해양생물이 먹고, 그 해양생물을 사람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찜찜했다. 김녕해수욕장에서는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나와 해안쓰레기를 치우는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지만 다른 지역은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자료 구축을 위해 김녕리 지역 해안을 대상으로 쓰레기 모니터링을 한 결과 쓰레기는 432kg으로 부피가 5135L에 달했다. 쓰레기 종류별로는 플라스틱류가 34.3%인 148kg이고 외국에서 밀려든 플라스틱류 쓰레기는 12.3%인 53kg 등이다. 플라스틱류가 전체의 46.5%를 차지했다. 스티로폼은 38kg이고 해안에 쌓인 나무와 목재류는 156kg으로 나타났다. 외국 쓰레기는 대부분 중국에서 밀려든 것이고 일본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일부 포함됐다. 스티로폼은 남해안 등 양식어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 재생에너지로 활용해야

제주지역 해안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2015년 1만4475t,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062t 등이고 관련 예산은 2015년 25억9900만 원, 2016년 35억700만 원, 2017년 61억1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지정한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를 122명에서 올해 175명으로 늘렸지만 쓰레기 발생 지역이 워낙 방대하고 양도 많아 역부족이다.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만 t가량으로 추정된다.

수거한 해양쓰레기 처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염분을 함유한 해양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할 수 없고 세척, 탈염 등의 과정에서 2차 환경오염 발생이 우려된다.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이어, 금속류 등은 재활용 단계를 밟고 그물, 로프, 해조류, 유리 등으로는 에너지 원료를 만들 수 있다.

제주도는 해양쓰레기 수거에서 재활용 선별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제주형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친환경적 중간집하장 12곳을 조성하고 해양쓰레기 전용 운반차량 12대를 구입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양쓰레기 재활용 등을 위해 선별 및 소각 시설을 조성한다. 해안가 악취 유발의 주범으로 꼽히는 괭생이모자반과 파래 등 해조류도 처리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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