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널뛰는 대입정책… 고2 교실 대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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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늘려라” 교육부 차관이 요청… 주요대학, 2020대입서 확대 추진
고교선 “언제는 수시 늘린다더니…”
2022대입 개편안 확정도 지연… 정부 “공론화 과정 거쳐 결정”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되면 신고리 원전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열린 시안’ 형태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고대로라면 교육부는 3월 말∼4월 초 복수의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자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이 중 선택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 평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등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일반국민, 전문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31일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여론의 반발로 1년 유예했다. 이마저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여론 눈치 보기’를 하면서 시안 확정조차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시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수능 최저학력 폐지, 정시 모집인원 확대 등 에 급히 손을 댔다가 여론의 비난을 불러왔다. 지난달 30일에는 교육부 박춘란 차관이 각 대학에 정시 모집 확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일 “급격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일부 대학에)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10년간 지속된 수시 모집 확대 정책을 ‘뒤집기’ 하면서 대학과 수험생들의 불만이 크다.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차관의 구두 권고는 비상식적이다. 입시제도는 파급력이 큰 만큼 설득도 하고 의견수렴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 모집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0학년도에는 정시 모집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현재의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연세대는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서울대 한양대는 정시 모집 확대와 관련해 “이미 제출한 대입전형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대입 3년 예고제’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으로 들끓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고2 학부모들이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는지, 수능을 잘 봐도 최저학력 기준으로 쓰이지 않으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정시 모집 인원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지만 ‘연쇄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대입#정시#교육부#수능#수시#대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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