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성추행 의혹’ 제기된 날 행적 되짚어보니…민변방문→명진스님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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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7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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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주 전 의원(동아일보)
사진=정봉주 전 의원(동아일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1년 12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사면 복권된 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었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것 같았지만 복권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다. 하지만 복귄된 지 두 달 만에 그는 또 다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기자 지망생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것.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현직 기자 A 씨에 따르면, 성추행을 당한 건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은 다음 날이며, 수감을 3일 앞둔 시점이었다.

사건 발생 전후 상황을 되짚어보면, A 씨가 정 전 의원을 알게 된 건 2011년 11월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정 전 의원의 강연을 들은 뒤부터다. ‘유명 정치인’과 ‘팬’의 사이로 소통을 시작했지만 정 전 의원이 점점 과도하게 연락을 하는 등 부담스러운 행동을 하자 A 씨는 정 전 의원과의 연락을 끊었다.

그러다 2011년 12월 22일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날 검찰은 정 전 의원에게 즉시 출두할 것을 통보했으나 정 전 의원이 이에 불응하자 검찰은 “23일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고 2차 통보를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검찰의 2차 출두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오전 10시20분께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자신의 집을 나서 민변으로 이동해 검찰 출석과 관련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 경에는 홍익대 근천에서 명진스님과 만났다.


그는 검찰 출석 연기를 요청하면서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 가시는 등 신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26일 자진출두 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A 씨가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건 정 전 의원이 검찰의 2차 통보에 응하지 않은 23일이다.

정 전 의원이 대법원 확정 판결 후 다시 집요하게 연락해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고 했고, A 씨는 동정심에 만나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약속 장소인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카페에 도착하자 카페 직원은 A 씨를 룸으로 안내했고, 약 한 시간 뒤 도착한 정 전 의원은 ‘보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등 이상한 발언을 했다.

A 씨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 전 의원은 따라 일어서서 다가오더니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며 A 씨를 안고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 놀란 A 씨는 정 전 의원을 밀치고 룸에서 빠져나왔고, 정 전 의원은 뒤따라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4일 정 전 의원은 문성근 당시 국민의명령 대표와 함께 문 대표의 아버지인 고(故) 문익환 목사 묘소가 있는 마석 모란공원을 참배했다.

구치소 수감을 하루 앞둔 25일에는 정 전 의원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안민석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송별회를 하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전여옥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남들에게는 솔선수범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네는 하얏트호텔에서 송별회”라고 비꼬자 안 의원은 “정 전 의원 대책회의를 자리였고 딴 곳에서 식사를 마친 정 전 의원 부인과 어린 자녀들이 헤어질 아빠를 따라 하얏트호텔 커피숍 온 것임. 계산은 내가 11만7000원 했음”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수감 당일인 26일 오전 9시 민주통합당에서 열린 정 전 의원 환송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약속대로 오후 1시 1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했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교도소에는 쥐약을 놓을 수가 없어서 제가 쥐 잡으러 간다. 오늘은 진실이 갇히지만 내일은 거짓이 갇힌다”며 “그 거짓의 주범이 누군지 우리 국민은 똑바로 알고 있다. BBK 판도라 상자는 국민 여러분께 활짝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1년 후인 2012년 12월 25일 만기 출소했다. A 씨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출소 후 다시 A 씨에게 끈질기게 연락을 해왔다. 당시 A 씨는 기자가 된 상태였다. A 씨는 다른 친구와 함께 보자는 정 전 의원의 말에 약속을 잡았지만, 정 전 의원의 말이 거짓으로 확인되자 그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정치인이 아닌 방송인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등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MB에 관한 의혹들이 다시 거론되면서 정봉주를 복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해 12월 단행한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정 전 의원은 정치사범으로는 유일하게 사면 복권됐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A 씨의 폭로가 터져나오자 정 전 의원은 7일 서울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취소한 뒤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출마 선언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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