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방에서 뻑뻑… 말려도 헛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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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금연단속 스크린골프장 가보니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당구장 내 흡연부스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 지난해 말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뒤 이처럼 흡연부스를 설치한 곳이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계도 기간이 끝나고 5일부터 본격 단속을 시작했다. 
사공성근 기자 402@donga.com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당구장 내 흡연부스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 지난해 말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뒤 이처럼 흡연부스를 설치한 곳이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계도 기간이 끝나고 5일부터 본격 단속을 시작했다. 사공성근 기자 402@donga.com
“단속 오니까 조심하라 했는데 ‘설마 오겠어요?’ 하며 웃네요. 손님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5일 오후 서울 도심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난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는 방 7개가 있는데 지난해 12월 흡연부스 하나를 새로 설치했다. 스크린골프장 금연 실시에 대비해 미리 만든 것이다. 하지만 흡연부스 이용을 꺼리는 손님이 많았다. “골프 칠 때 담배 안 피우면 흥이 깨진다”는 이유다. 스크린골프장 직원은 “여직원이 주의를 당부하면 아예 무시하는 손님도 있다. 그렇다고 한 개에 90만 원이나 하는 흡연부스를 방마다 넣을 수도 없어 사장님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에 포함시키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됐다.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도 피울 수 없다. 어길 경우 담배를 피운 손님은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해당 업주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단 업소에 설치된 흡연부스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시행 후 계도기간 3개월이 2일로 끝나 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시작됐다. 서울의 경우 각 자치구별로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4, 5일 이틀간 서울의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20여 곳을 둘러본 결과 흡연부스 설치 등 대부분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업종별로 분위기에 차이가 있었다. 스크린골프장 업주들은 흡연부스를 잘 갖춰놓고도 전전긍긍했다. 손님이 있는 공간이 밀폐된 형태라 몰래 담배를 피워도 일일이 제지하기 힘들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이 골칫거리다. 종로구의 한 스크린골프장은 방 하나를 고쳐 5m² 크기의 흡연실을 만들었다. 소파와 탁자를 놓아 카페처럼 꾸몄다. 흡연실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각 방에서 담배꽁초를 치우느라 바빴다. 사장 서모 씨(51)는 “퇴근 후 술을 마시고 오는 손님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자담배는 괜찮다’며 막무가내로 피운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또 다른 스크린골프장 사장 이모 씨(49)는 “단속이 오지 않는 밤 시간대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피우지 말라고 말을 해도 기분 나쁘다는 반응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당구장 분위기는 나은 편이다. 스크린골프장과 달리 탁 트인 공간에 여러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남의 눈치 때문에 공공연히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종로구의 한 당구장 사장은 “재떨이 하나 가져다 줬다가 170만 원(1차 적발 과태료)을 물어낼 판인데 흡연을 봐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부스가 없는 일부 당구장에서는 손님들이 건물 복도나 화장실을 흡연공간으로 쓰는 모습도 목격됐다. 원칙대로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워야 하지만 업소들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4일 오후 찾은 영등포구의 한 당구장 복도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대형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신촌의 한 대형 당구장 직원은 흡연 장소를 묻자 “계단에서 피우면 된다. 아니면 세면실에서 얼른 피우고 오라”고 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카메라 등 채증 장비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 3월 중 집중 단속을 벌이고 금연문화 정착을 위한 각종 캠페인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안보겸·정현우 기자
#금연#단속#스크린골프장#당구장#흡연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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