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피와 땀의 공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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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기준과 보전대책 마련 시급

오름은 분화구 형태에 따라 원형과 말발굽형 원추형 복합형 등으로 나뉜다. 마그마가 공중으로 분출하면서 마치 팝콘처럼 튀겨진 화산쇄설물이 분화구 주변에 떨어져 산체를 이룬 분석구가 오름이다. 경관이나 화산지질 가치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빗물의 오염물질을 걸러내 청정한 지하수를 만드는 필터링 역할을 하고 땔감, 산나물 등의 생산지였다. 소나 말의 방목지였고 삶에 지친 마음과 영혼을 달래는 성소가 자리 잡기도 했다. 외세에 맞선 항쟁 거점이자 제주의 최대 비극인 ‘제주도4·3사건’ 현장이었고 일제강점기에 오름은 거대한 땅굴진지였다. 제주 사람들의 피와 땀, 한이 서린 공간이다.

오름은 산악인이자 언론인인 김종철 선생(1927∼1995)이 1995년 3권으로 발간한 ‘오름 나그네’가 나오면서 조명을 받았다. 이후 1997년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도 오름’에서 오름 수를 368개로 집계했는데 오름을 정의하는 기준에 따라 200여 개에서 400여 개까지 다양하다. 그동안 개발 등으로 오름이 사라지고 생태계 훼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학계와 전문가, 공무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오름 기준, 체계적인 보전 대책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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