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공기청정기 놔드려야겠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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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미세먼지 공습에 설치 바람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구립 예술의마을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실내체조를 하고 있다. 옆의 하얀 기구는 공기청정기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거나 설치를 검토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서초구 제공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구립 예술의마을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실내체조를 하고 있다. 옆의 하얀 기구는 공기청정기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거나 설치를 검토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서초구 제공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3동 구립 예술의마을 경로당에서는 노인 15명이 ‘건강백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이날은 미세먼지농도가 ‘나쁨’ 수준인 데다 중국발(發) 황사까지 섞여 대기 질이 악화됐다. 노약자나 어린이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게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이 경로당에는 평소와 비슷한 인원이 출석해 열심히 실내체조를 배웠다. 이들이 나쁜 공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로당에 온 데는 공기청정기가 한몫했다. 노인들은 “이곳이 집보다 더 쾌적한 느낌이 든다” “길에서만 마스크를 쓰면 된다”며 만족해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이곳을 비롯해 관내 경로당 133곳 전체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놨다. 노인복지관 3곳에는 15대, 보훈회관과 종합사회복지관 5곳에는 총 20대를 설치했다. 매달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도 구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구가 이처럼 경로당 공기청정기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최근 공기 질에 대해 높아진 주민 관심이 있다. 복지서비스가 주로 현금이나 현물로만 제공되던 것에서 ‘숨 쉴 권리’ 보장으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조금만 공기가 좋지 않아도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에만 있다 보면 우울감이나 고립감이 커질 수 있고 운동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겨울철에는 추위 때문에 경로당 내부 환기를 자주 할 수 없어 다른 계절에 비해 실내공기가 오염되기 쉬워서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 하남시도 올해 경로당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한다. 경로당 125곳과 지역아동센터 12곳, 장애인시설 9곳에 설치한다. 약 2억4000만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공기청정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구매하지는 않고 대여한다. 매달 한 번 대여회사에서 경로당에 나와 필터를 교체하고 점검한다. 비용이 저렴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가정용은 월 대여비가 3만∼4만 원이지만 단체로 구매하면 약 2만5000원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는 이마저도 빠듯한 예산에서 마련하기 쉽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하면 노약자나 야외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기능성 마스크를 우선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공립 및 민간 어린이집 5002곳에 공기청정기를 최대 3대씩 시범 설치했다. 올해는 3대로도 모자라는 어린이집 보육실(아이들이 놀고 배우는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순차적으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20명 정원의 가정형 어린이집이라도 통상 보육실은 3개 이상이다. 설치에 드는 비용은 시에서 70%, 구에서 30%를 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완벽한 대책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경로당#공기청정기#미세먼지#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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