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표창 상금 전액 기부한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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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청 고용환 주무관 “어려운 아이들 위해” 350만원 기탁

9일 서울 영등포구 푸른도시과 고용환 주무관(36·사진)은 잠시 짬을 내 구청 별관에 있는 영등포구 장학재단을 찾았다. 35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 위해서였다. 고 주무관이 지난해 12월 22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을 때 함께 받은 상금 전액이었다.

고 주무관은 지난해 관내 공원에 설치된 전기시설의 전력사용량을 전수 조사했다. 실제 사용량에 비해 과도하게 나오는 전기료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내 동주민센터는 계약전력을 줄여 예산 절감을 할 수 있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고 주무관은 상금을 기증하며 “꼭 어려운 아이들에게 써달라”고 말했다.

그의 ‘큰돈’ 기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 4월에는 성과급 200만 원을 구청 사회복지과에 기부했다. 갑자기 생긴 200만 원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던 그에게 사회복지과 동료가 “공무원들 기부가 저조하다.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기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는 첫아이가 막 태어난 상황이었다.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하니 아내는 선뜻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저소득 신혼부부를 돕자”고 동의했다.

고 주무관은 10일 “아이를 낳고 나니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보다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쓰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기부하고 나니 두 번째 기부는 더 쉽게 결정했다. 공무원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주변에서 칭찬을 해줘 부끄럽다”고 했다.

월급이 200만 원 조금 넘는 그가 이번에 350만 원을 내놓겠다고 하자 여전히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대통령 표창 상금 기부#고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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