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관없는 경력도 70% 인정… 공무원 인사체계 흔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6일 03시 00분


‘시민단체 경력 공무원 호봉 반영’ 파장
역량 등 객관적 기준 없이 강행땐 낙하산 기승-특정단체 봉급잔치 우려
다양한 분야 전문가에도 문호 넓혀야… 외부 수혈 통한 ‘철밥통 깨기’ 가능

인사혁신처가 4일 시민단체 근무 경력을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히자, 공직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향후 공무원 보수규정이 어떻게 바뀔지, 시민단체 경력 인정이 공직사회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몰고 올지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였다. 시민단체 경력 인정이 공직 개방의 문호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특정 단체에 대한 특혜가 없어야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5일 본보에 “정부와 민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게 대세이니, 시민단체 경력 호봉 반영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간부는 “평생을 시민단체에 있다가 공직에 입문하면 나이는 많은데 호봉이 낮을 수 있다. 직급과 경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사회 각 부문과 정부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현재 경력 공무원 채용에서 민간 경력 인정은 이미 시행을 하고 있는 제도다. 5, 7, 9급 공채로 뽑는 공무원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인재를 수혈하기 위해 호봉을 책정할 때 민간 경력을 환산해 반영한다. 과거에는 변호사 자격증이나 박사학위와 같은 특수경력을 가지고 동일 업무에 종사한 경력에 한해서만 그 기간의 최대 80%를 호봉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1일부터는 동일 분야의 민간 경력도 최대 100% 인정하기로 공무원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시민단체 경력도 ‘관련이 있는’ 경우에 인정을 해준 것이다. 예를 들어 5급 1호봉으로 채용된 사람이 9년간 유관 시민단체에서 일했다면 5급 10호봉의 대우를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 인사혁신처의 개정안이 해당 업무와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 경력도 ‘최대 70%까지’ 환산해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학위나 정부기관 근무 경력도 아닌, 불확실한 경력을 반영해서 호봉을 올려주는 것은 공무원 인사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퇴직 관료도 “채용비리는 물론이고 정치권 ‘낙하산’들의 인사 청탁과 민원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시민단체 경력을 분야에 상관없이 호봉으로 쳐준다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특정 단체를 위한 봉급 잔치가 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와 정부의 역할에 공통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능력 있는 시민단체 인력의 축적된 역량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시민단체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공직사회에 진출해 ‘공무원 철밥통’을 깰 수 있도록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윤종·조종엽 기자
#공무원#인사혁신처#공직사회#시민단체#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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