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사다리차로 3명 구한 父子 “연기에 사람 안 보여, 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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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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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양섭 씨(왼쪽)와 기현 씨 부자. 동아일보
이양섭 씨(왼쪽)와 기현 씨 부자. 동아일보
21일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시민 3명의 목숨을 구한 민간 사다리차 업체의 이기현 씨(28)는 “난간에 매달려 있던 3명을 구할 당시 연기가 너무 거세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기현 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다행히 아버지가 (사다리차 운전)베테랑이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크레인을 운전해 벽에 붙였는데 사람들이 버킷에 타는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천스카이카고’ 이양섭 대표(54)와 아들 기현 씨는 전날 오후 3시50분경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현장에 출동, 사다리차의 일종인 ‘스카이’를 이용해 8층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던 남성 3명을 구조했다.

이날 제천 화재 현장 앞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한 기현 씨는 “현재 육안으로는 불이 다 소화된 것 같다. 유리창이 다 깨져 있고 그냥 폐건물 같은 느낌만 남았다”고 전했다.

기현 씨는 전날 일을 마치고 시내를 지나던 중 아버지로부터 “근처에 있으면 빨리 장비를 끌고 와라. 지금 난간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으니까 우리 장비가 들어오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오후 5시경 현장에 도착했다.

기현 씨는 “깨진 유리창 사이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일단은 난간에 있던 3명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장비를 빨리 펴서 구조를 할 수 있게 버킷을 대줬어야 했다. 장비를 펴고 나서 저희가 붐을 올릴 당시에는 연기가 너무 거세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난간에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저희 아버지께서 좀 베테랑이시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스카이를 운전해 벽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버킷에 타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 1분 정도 대기한 후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렸다. 한 4층 높이 정도 내려오니 저희 버킷에 3명이 타고 있는 게 보이더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내리자마자 위에 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최대한 물어봤지만 더 이상 그쪽에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저희는 빨리 장비를 철수시켜서 다른 곳에 구할 수 있는 데가 있는지 장비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 씨 부자(父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욱한 검은 연기 때문에 구조 작업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스카이는 수직으로 펴면 높이가 38m여서 위치 선정이 중요했다. 기현 씨가 스카이를 세워 올린 뒤 바람이 불어 연기가 걷힐 때 사람이 보이는 지점을 알려줬고, 이 대표가 노련하게 스카이를 댔다. 8층 베란다에 있던 남성 3명은 스카이 끝에 달린 작업 구조물에 경사진 벽면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올라탔다.

아버지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카이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생명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망설임 없이 폈다”며 “구조된 분들은 옷을 마스크 대용으로 해 코만 가렸고 나머지 얼굴은 새까맸다. 생명에 큰 지장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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