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軍 성폭력 피해자 58%가 부사관…처벌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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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군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군인이 징역형을 받은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으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어나고 있지만 군 법원은 이런 여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5월 해군에서 복무하던 여군 대위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난 뒤 6개월간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 173건에 대한 기록 및 판결문을 검토하는 등 조사를 벌여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4~2017년 일어난 성폭력 피해 형사사건의 가해자 189명 중 중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9명(4.7%)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는 22명(11.6%), 선고유예는 9명(4.7%) 벌금형은 12명(6.3%)이었다. 일반 법원으로 이송된 경우(102명)를 제외한 87명 중 무죄를 받은 사람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0.3%에 달했다. 지난해 공군에서는 한 부사관이 여성 장교의 허벅지를 세 차례 만진 혐의로 기소됐지만 “술에 취해 저지른 우발적 범죄”라는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 213명 중 부사관은 124명(58.2%)이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계급인 하사의 비중이 82.4%로 높았다. 인권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하 대상으로 성범죄 저지른 지휘관 가중 처벌 △국방부 내 성폭력 전담 부서 설치 △온정적 처벌을 지양할 것 등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일부러 사건을 오래 끌어 피해 여군이 재판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며 “고위급 남성 지휘관들이 여군을 정말 전우로 생각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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