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간호사 “사망직전 환자 팀 간호로 살렸을 때 ‘무한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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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27일 10시 27분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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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귀순 북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인력부족 문제 등 권역외상센터가 처한 상황에 대해 호소한 가운데, 권역외상센터 간호사들이 외국의 3배에 달하는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등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노출 돼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7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구역의 수간호사 손현숙 씨는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권역외상센터의)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아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손 씨에 따르면 외국 권역외상센터의 경우에는 간호사 1명이 중환자 1명을 간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간호사 1명이 중환자 3명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손 씨는 “외상센터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며 지원 하지만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힘들게 평생직업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고 또 버텨보겠다고 노력하더라도 출근 직전에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거나 며칠동안 잠을 못 잤다거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소화불량이 지속되거나 하는 등 심한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니까 사직률이 굉장히 높다. 외상센터 개소하고 나서 단 한 달도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며 “지금 사직 간호사들이 굉장히 많으니까 정원을 채워도 또 그만두고 정원을 채워도 그만두고 1인당 보는 환자수가 너무 많으니까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정말 경험이 많고 숙련된 간호사들이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사직률이 높다는 것은 결국에는 환자안전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씨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사고의 현장에서 곧바로 오거나 소생에 필요한 순간 외상센터로 오기 때문에 손상된 장기나 절단된 사지로 노출된 그대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저희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손 씨는 최근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다친 여자 고등학생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겪었다. 또 손 씨에 따르면 한 간호사는 아버지가 사고로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아버지와 비슷한 연세의 환자를 간호하게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 일하기 어렵다며 사직하기도 했다.

손 씨는 이밖에도 어린이날 아이가 심하게 다쳐서 사망하거나, 첫 출근에 기뻐했는데 사고가 나서 사망한 근로자를 보는 등 외상사건에서 간호사들이 느끼는 공감피로가 굉장히 심하고 이것이 2차적으로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아 결국 사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손 씨는 외상환자를 간호하면서 느끼는 ‘무한 희열’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 사망할 것 같은 환자를 저희가 팀간호를 해서 모든 간호사들이 전원수비, 전원공격을 해서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그러면 이 일이 너무나 필요한 일이고 우리가 사회안전망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굉장히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소수정예 간호사들이 그런 마음으로 여태까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국민적 관심과 응원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들고 무엇보다 사실 외상센터 환자와 보호자들이 퇴원하고 찾아와서 고맙다고 인사해주시기도 한다. 그런 응원들이 항상 힘이 된다. 그걸로 많이 외상간호팀원들이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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