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대로 수서∼양재IC ‘요지경 구간’
일반도로로 1986년 개통했지만 3년뒤 겉은 놔둔채 전용도로 지정
과속차량에 보행사고 끊이지 않아
市 “강남순환로와 연결… 해제 불가”
전문가 “차량-보행자 안전 고려를”
14~2016년 경찰청 조사에서 양재대로 구간 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나타난 일원1동주민센터 앞 교차로에서 16일 한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서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는 왕복 8차로 넓이의 양재대로에는 현재도 이곳과 같은 횡단보도가 6곳 설치돼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일원1동 주민센터 앞 삼거리. 일원동 주택가와 삼성서울병원을 잇는 횡단보도가 있다. 왕복 8차로의 큰 도로이지만 많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양재대로 수서나들목∼양재나들목 구간(5.4km)에는 이곳을 포함해 횡단보도가 6개 있다. 도로교통법과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6개 모두 불법이다. 양재대로가 법적으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재대로 수서∼양재 구간은 1986년 일반도로로 개통했다. 보도와 횡단보도가 있어 수시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오간다. 주변에 공공기관과 의료시설이 있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도로다. 그런데 1989년 2월 서울시는 갑자기 양재대로를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했다. ‘원활한 차량 소통’이 이유였다.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보행자와 이륜차 진입이 제한된다. 구간에 따라 중앙분리대와 방호벽 같은 안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양재대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고 30년 가까이 여전히 일반도로처럼 운용되고 있다. 많은 주민이 일반도로 때 조성한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 지정에 따른 불편은 시민의 몫이다. 이곳의 제한속도는 대부분의 일반도로보다 높은 시속 70km. 구룡마을 앞 횡단보도에서만 2012년과 2014년 보행자가 차량에 치여 숨졌다. 최근 3년간 3명이 목숨을 잃고 99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륜차 통행도 논란거리다. 송파구와 경기 과천시에서 오가는 이륜차들이 수시로 경찰에 단속된다. 대부분 자동차 전용도로인 것을 모르는 운전자들이다.
경찰청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해 위험도로 등급을 분류한 결과 양재대로의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은 83%(양재 방향), 70%(수서 방향)가 ‘위험 및 심각’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앞 500m 구간이 가장 심각했다. 3년간 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원동 주민 유모 씨(28·여·회사원)는 “도로가 워낙 넓고 대부분 직선 구간이라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 많다”며 “걸음이 느린 고령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한 순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로의 기능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차량 소통을 우선 고려한 과거의 도로정책 탓”이라며 “여건 변화에 따라 차량과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도 양재대로 운용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양재대로 해당 구간이 2018년 하반기 개통 예정인 강남순환도로 연장구간에 포함돼 다시 일반도로로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 대신 지하차도 등을 건설해 지상도로의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나 일부는 착공조차 못했다. 김 의원은 “양재대로와 비슷한 자동차 전용도로 중 서울 양천구 국회대로 등은 고속도로 연결에 필요한 부분만 전용도로로 지정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교통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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