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매매 판쳐도… 손쓸 도리없는 ‘해외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자율성 앞세워 최소한 규제도 거부

“몸 전체 10분 영상은 5000원, 15분은 1만 원. ‘문상’으로 드려요.”

15일 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직장인 A 씨(24)가 보낸 대화 내용이다. 그는 여중생으로 가장한 본보 기자에게 ‘문상’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문상은 서점이나 영화관에서 쓰이는 문화상품권이다. 하지만 청소년 사이에서는 현금이나 다름없다. 온라인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비롯해 어지간한 물건을 다 구입할 수 있다. 이걸 노리고 일부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10대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처음 A 씨와의 접촉은 어렵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건 만남’을 검색하자 A 씨가 올린 “14∼17세, 남자경험 없으면 환영, 문상 지급”이란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A 씨는 “용돈이 부족할 테니 문상이 필요하지 않냐”며 “좀 더 가까워지면 만남도 가질 수 있다”고 은밀히 제안했다.

SNS를 이용한 어른들의 파렴치한 행위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여중생 딸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이영학(35)도 트위터로 10대 미성년자와 만남을 시도했다. 다른 SNS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조건 만남’을 검색하면 게시물이 수십만 개 나온다. 대부분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이다. 최근에는 ‘수원 맛집’, ‘예쁜 카페’처럼 평범한 해시태그를 단 성매매 관련 글을 올려 단속망을 피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SNS가 10대 상대 성범죄의 ‘통로’가 됐지만 근본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외국 기업이라 한국 법률은 물론 국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 코리아는 성관계 또는 성범죄와 관련된 부적절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미국 본사에 여러 번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용자와 정부 기관의 신고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운영원칙 위반 시 관련 조치를 내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국내 지사의 시각 차이도 있다"며 "사전 모니터링이 쉽지 않아 사후 규제로 지적되는 게시글에 조치를 취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5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해외 SNS와 자율심의규약시스템을 마련했다. 방심위가 음란글을 발견하면 해당 SNS업체에 신속히 개별 통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SNS 게시물을 일일이 감시할 모니터링 인력이 부족하고 수정 요청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감시에 한계가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음란글을 규제하는 금칙어를 만들라고 강제할 수 없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약 1억 명이 이용하는 SNS 텀블러(Tumblr)는 자율심의규약시스템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방심위로부터 성매매·음란 관련 게시물 시정, 삭제 요구를 받은 온라인 게시물 3만200건 가운데 텀블러가 74%를 차지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 측에 적발된 음란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텀블러 측은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 기업이라 국내 규제에 따를 이유가 없다”며 버텼다.

전문가들은 업체가 자발적인 규제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을 꾸준히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SNS 특성상 공적기구에 의한 제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이라도 한국의 특성을 이해하고 법을 준수할 때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성매매#sns#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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