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전북 익산의 다둥이(다자녀) 가족이 사는 셋집에 불이 났다. 일곱 살 둘째 아들이 숨졌고, 간신히 목숨을 구한 나머지 가족은 경찰이 제공한 임시 거처로 옮겼다.
1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0분경 익산의 한 2층짜리 주택 1층 셋집 작은방에서 불이 났다. 이 방에서는 화재 발생 1시간 전부터 A 군(7·유치원생)이 혼자 자고 있었다. 당시 큰방에서는 엄마(35)가 큰아들(15·중2)과 대화하며 셋째 딸(5), 넷째 딸(2)을 재울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배달 일을 하는 아빠(39)는 연휴가 시작됐지만 쉬지 못하고 일하느라 귀가 전이었다.
엄마와 큰아들은 갑자기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작은방으로 뛰어갔다. 문을 열자 연기가 가득 찬 방에서 불길이 확 치솟았다. A 군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부엌에서 양동이 등에 물을 담아 뿌렸지만 불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큰아들은 어린 두 여동생을 밖으로 옮기고 119에 신고했다. 작은방에서 시작된 불은 큰방으로 번졌다. 불은 1층 50m² 대부분을 태우고 93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뒤 25분 만에 진화됐다.
현장 감식 중인 경찰은 전기 문제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거처할 곳이 없어진 A 군 가족에게 ‘가정폭력 임시쉼터’를 제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A 군 가족이 A 군을 잃고 보금자리까지 잿더미가 돼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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