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학생 자살 사건, 교장이 경찰에 손가락 두 개 펴고 ‘이거면 되겠냐’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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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경찰청은 6월 15일 울산 A중학교 1학년 이모 군(13)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이 조직적으로 잘못을 은폐·축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B 교장 등 교사 3명의 가담 정황을 확인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부장 C 교사는 이 군 사망 후인 6월 말경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재심이 열리기에 앞서 가해 학생 10명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2번에 걸친 진술서엔 자신들이 이 군을 괴롭혔다는 사실과 함께 특정과목 교사의 이 군 학대 정황도 담겼다. 하지만 C 교사는 이를 학교 측에 불리한 내용이라 판단해 훼손하거나 숨겼다. 앞선 5월 19일 A중학교는 자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통해 이 군의 피해 사실이 없다고 봤다.

또 특정과목 담당 D 교사는 한 달여 간 이 군을 자신의 수업시간마다 교실 뒷자리에 세워둔 것으로 확인됐다. 4월초 수업 도중 이 군이 다른 페이지를 폈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C 교사에게는 공용서류 무효 혐의를 적용하는 동시에 D 교사에게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사건 담당 수사관을 매수하려 한 B 교장에게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사건을 무마해 달라며 조모 경사(40)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편 뒤 “이거면 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 또 이 군의 가정사와 개인정보 등을 가해학생의 학부모에게 알리기도 했다. 경찰의 잘못도 드러났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이 군의 아버지가 117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 군에 대한 상담을 거부했다. 조 경사는 이 군 아버지의 유서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앞서 경찰은 이 군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가해학생 9명을 12일 울산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올 3월부터 숨진 이 군이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뒤통수를 때리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다. 이 군의 죽음이 단순 변사로 처리되자 7월 이 군의 아버지가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메모를 조작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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