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거제시장 ‘政敵제거 사주’ 폭로에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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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입당 반대 정치인 없애달라”… ‘주먹’ 자처 60대 1인 피켓시위 파장
권시장 “진실 밝혀질 것” 결백 호소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청 입구에서 1인 시위 중인 장모 씨. 장 씨는 “권민호 시장이 민주당 정치인을 제거하라며 사주했다”고 주장했으나 권 시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경남도민일보 제공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청 입구에서 1인 시위 중인 장모 씨. 장 씨는 “권민호 시장이 민주당 정치인을 제거하라며 사주했다”고 주장했으나 권 시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경남도민일보 제공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권민호 거제시장(61·무소속)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거제지역 ‘주먹’을 자처하는 장모 씨(63)가 “권 시장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정적(政敵)을 제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했다”고 폭로한 때문이다. 이 문제로 거제지역이 어수선하다.

○ 폭로자, 권 시장 측근 녹취록 공개

장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거제시청 앞에서 ‘민주당 핵심세력 제거를 사주한 권 시장은 사과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유람선 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거제지역 섬들을 오가는 유람선 허가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권 시장이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거제지역 정치인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5월 하순 거제의 한 주점에서였다고 한다.

민주당 정치인은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51), 변광룡 거제시당협위원장(51)이었다. 노동당 한기수 거제시의회 부의장(58)도 포함됐다. 장 씨는 6월 초 거제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의원에게, 그달 하순 또 다른 식당에서 한 부의장에게 각각 거액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장과는 식사만 하고 금품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폭로 배경에 대해 “유람선 사업자의 자금력도 문제였지만 나중엔 등을 돌려 권 시장과 함께 나를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들어서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장 씨가 권 시장 측근과 유람선 허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김 전 의원, 한 부의장과 주점 등에서 ‘용돈’ ‘선거’ ‘자금’이라는 말을 주고받은 것도 포함돼 있다. 한 부의장, 변 위원장이 동석한 자리에서는 ‘대리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 강력 부인하는 당사자

권 시장은 4일 러시아 출장을 떠나면서 “거제시의원을 지낸 장 씨 매형의 부탁으로 5월 하순 장 씨를 한 번 봤다”며 “유람선 허가 문제를 거론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 씨가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사람들 얘기를 꺼내기에) ‘조용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은 건넨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수사를 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한 부의장도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장 씨 주장이 사실이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장 씨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한 부의장도 “식사는 했다”면서도 금품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하며 장 씨를 고소했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은 정적 제거를 사주했는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거제경찰서가 아닌 경남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에 수사를 맡겼다.

재선인 권 시장은 19대 대선 직전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다른 기초단체장과 민주당 동반 입당을 검토했으나 거제지역 민주당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이번 사건도 그의 정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제에서는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이 늦어지는 틈을 타 ‘정치적 음모’가 지역을 소용돌이에 빠뜨렸다”는 여론도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권민호 거제시장#1인 피켓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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