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떠오르는 부천을 ‘개고기 없는 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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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시장, 개고기 퇴치 적극 나서… 보신탕 가게 대상 메뉴 전환 유도
세계적 개 보호단체 ‘소이도그재단’… 100만명 서명담은 청원서 市에 전달
상동 반려동물공원 확장해 재개장

경기 부천시 상동 호수공원 인근에 더 넓어진 반려동물공원이 1일 재개장했다. 전국 최초의 ‘개고기 없는 동물친화도시’가 되기 위한 시의 실행 계획이 추진되고있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 상동 호수공원 인근에 더 넓어진 반려동물공원이 1일 재개장했다. 전국 최초의 ‘개고기 없는 동물친화도시’가 되기 위한 시의 실행 계획이 추진되고있다. 부천시 제공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부천시에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요. 개고기를 팔던 식당은 다른 메뉴를 팔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겠죠.’

김만수 부천시장이 최근 ‘개 혀?(보신탕 먹어?) 혹시 개고기를 좋아하세요?’로 시작하는 이 같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국내외 누리꾼 1000여 명은 ‘야만적인 개 소비를 끝내주세요’ ‘더 이상 개에게 고문을 가하지 맙시다’라는 댓글과 ‘좋아요’ 반응을 달았다.

김 시장은 글을 올리기 직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 보호단체인 ‘소이도그재단(Soi Dog Foundation)’으로부터 ‘개고기 없는 도시’ 청원서를 전달받았다. 전 세계 회원 1억5000만 명인 소이도그재단은 복날을 앞두고 인터넷 서명운동에 나섰다. 불과 며칠 만에 개고기 없는 도시 조성에 100만 명이 찬성하자 명단과 함께 청원서를 부천시에 전했다. 이 재단 외국인 자원봉사자 15명은 초복인 12일을 앞두고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보신탕용 개농장 1만7000개? 대한민국의 수치’ 등의 판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 중이다. 말복(다음 달 11일)까지 계속한다.

부천시는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만화축제를 찾는 외국인을 의식해 동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1일 시 동물관리팀을 반려동물팀으로 이름을 바꿨고 상동 호수공원 인근 반려동물공원을 넓혀서 재개장했다.

시는 2년 전부터 소이도그재단, 부천동물사랑시민연대, 부천동물보호시민연대와 함께 동물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 외곽의 불법 개 사육·도축 농장 3곳을 철거했다. 이곳의 개 580마리는 국내외에 입양시켰다. 부천 역곡동에 남은 마지막 개농장은 다음 달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이곳의 개 300여 마리 중 21마리는 지난달 1차 구조했고 나머지는 입양 희망자를 찾고 있다.

시와 동물보호단체는 부천시내 보신탕 가게 30여 곳을 대상으로 메뉴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김희수 시 반려동물팀장은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보신탕 매출이 떨어져 상당수 상인은 다른 음식을 팔기 원한다”며 “메뉴 개발과 함께 간판 교체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이도그 코리아’는 부천지역 빌딩 옥상과 시내버스 등에 꾸준히 동물보호광고를 하고 반려동물공원에 놀이기구를 기증했다. 시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31개 운영하고 반려동물 어울림문화축제, 반려견 예절교실과 같은 동물친화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다음 달 동물친화도시 관련 시민 토론회를 여는 한편 동물보호 지원책을 강화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

김나미 소이도그 코리아 대표(60)는 “소이도그는 2015년 태국에서 개 식용금지 법안 제정에 앞장섰다”며 “부천이 전국 최초로 개고기 없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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