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경북경찰청 “장기실종자 11명 찾았다”

  • 동아일보

베테랑 경찰 10명으로 추적팀 구성
5개월간 전국 무연고자 보호시설 방문
1년이상 소식 끊긴 30여명 집중 추적

이달 전담반 꾸려 수사 이어가기로

6일 경북지방경찰청 장기실종자 추적팀이 실종자 자료와 현황을 확인하고 추적수사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6일 경북지방경찰청 장기실종자 추적팀이 실종자 자료와 현황을 확인하고 추적수사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북지방경찰청 장기(長期) 실종자 추적팀의 ‘잃어버린 가족 찾기 특별 프로젝트’가 실종자 11명을 찾아냈다.

경북경찰청은 2월 전국 최초로 장기 실종자 추적팀을 구성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 10명으로 팀을 구성해 1년 이상 가족과 소식이 끊어진 30여 명을 집중 추적했다.

실종자 찾기는 지난해 12월 취임하며 ‘따뜻한 경찰, 산소 치안’을 내세운 박화진 경북경찰청장이 관심을 쏟고 있다. 박 청장은 실종자 찾기가 가족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사건으로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평소 ‘한발 앞서 예방 치안’을 강조하는 그의 치안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한다.

실제 2월 홀어머니(84) 품에 4년 만에 안긴 지체장애 3급 장모 씨(54)는 전라도의 섬에서 노동 착취와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경찰은 2013년 경북 상주의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하던 장 씨를 끈질기게 추적해 찾아냈다. 추적팀 조성호 경위는 “목포에 있는 병원과 직업소개소를 비롯해 수십 곳을 탐문해서 장 씨의 거처를 확인했을 때 팀원 모두가 기뻐했다”며 “그의 사정을 파악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추적팀은 5개월가량의 수사 기간 전국 282개 무연고자 보호시설을 탐문했다. 지체장애 등이 있어 스스로 귀가하지 못하는 실종자들이 있을 만한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다. 그동안 일일이 만나 확인한 사람은 2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가 등록되지 않은 378명은 DNA를 채취한 뒤 실종자 가족과 다시 대조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성본(姓本) 창설 자료’를 활용해 실종자를 찾는 방법도 알아냈다. 법원이 2008년 성본 창설 허가 청구를 받기 시작한 이래 무연고자가 지방자치단체나 보호시설의 도움으로 이름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추적팀은 지난달 새로 이름을 만든 9명 가운데 1명이 무연고자임을 확인했다. 실종자 프로파일을 조회해 이름이 비슷한 가족을 찾아냈다. 3년 전 집을 나간 지체장애 2급 아내(51)를 다시 만난 남편(57)은 눈물을 쏟았다. 추적팀은 성본 창설 자료로 실종자를 추적하는 방법을 경찰청에 보고했다.

추적팀은 가정의 달인 5월에 이들 실종자가 가족과 상봉할 때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해당 가정들에 전달했다. 이응호 팀장은 “수시로 연락해 안부를 묻고 있다”며 “가족을 찾은 행복을 다시 느끼면서 나머지 사건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당초 추적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판단에 계속 수사를 하도록 했다. 이달부터 베테랑 경찰관 3명으로 전담반을 꾸려 남은 실종자를 끝까지 추적한다는 것이다. 올해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은 6일 현재 744건이다. 이 가운데 24명(3.2%)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박 청장은 “경찰의 수사체계 발전이 실종자 찾기에도 도움이 된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전담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