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급행열차 공약, 안전-사업비 걸려 복잡한 실타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3시 00분


문재인 대통령 공약 ‘수도권 광역철도 급행화’… 지역마다 요구 봇물
지하철 운행중 추가 공사 유례 없어… 시가지 지나는 2, 5, 7호선은 불가능
6호선 등 3곳 정부예산만 1조2000억, 지자체 부담금 합치면 2조 들어
대피선로 없는 급행운행도 쉽지않아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시민들이 급행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동아일보DB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시민들이 급행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동아일보DB

서울 지하철 6호선 연신내역에서 5호선 여의도역으로 통근하는 직장인 박나영 씨(26·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6호선 급행화’에 기대가 크다. 지금은 5호선으로 갈아타는 공덕역까지 25분이 걸린다. 그러나 급행이 도입돼 열차가 환승역 3곳에만 정차한다면 10여 분을 절약할 수 있다.

‘수도권 광역철도 급행화’ 공약이 문 대통령 취임으로 가시화하면서 수도권 지역마다 일부 역에만 정차하는 급행 노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수도권에서 급행 노선은 경부선과 경인선, 서울 지하철 9호선뿐이다. 출퇴근 시간 급행 객차는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도로 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다. 지난해 서울시 도시고속도로 평균 통행속도는 2013년(시속 59km)보다 10% 느려진 시속 53.2km에 그쳤다. 건설 당시 급행을 고려하지 않은 철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든 역에서 서는 분당선, 과천선은 광역버스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다.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에는 기존 노선에서도 급행열차를 운행하라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기본 방침은 기존 노선에도 9호선처럼 완행열차가 급행열차를 피하는 ‘대피선로’를 놓겠다는 것이다. 타당성, 지역갈등 등으로 노선 신설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대안이다. 문재인 대선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술적 검토를 통해 쉽게 급행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6호선, 경의선, 분당·수인선의 급행화에 드는 사업비는 1조2000억 원이라고 캠프는 추산했다. 이는 사업비의 40∼70%를 부담할 중앙정부 예산만 해당한다. 관련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비용을 더하면 2조 원으로 불어난다. 지자체가 이에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열차가 하루 수백 번 오가는 기존 지하 구간에 대피선로를 다시 까는 공사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최창식 한양대 교수(건축공학과)는 “기존 터널을 넓히는 건 주변 안전 등 고려할 게 많다”며 “공사가 가능할지 판단하는 기초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최근 “시가지를 지나는 2·5·7호선 급행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피선로를 추가하지 않고 급행을 운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옛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승객 민원이 계속되자 2013, 2016년 주박(駐泊)선로를 이용하는 6·7호선 급행화를 추진했다. 주박선로는 운행을 마친 열차를 노선 중간에서 밤새 보관하는 선로를 말한다. 그러나 역이 아니라 터널 중간에 완행열차가 서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한 승객의 거부감이 걸림돌이 돼 결국 포기했다. 일본 도쿄(東京) 도에이신주쿠선(都營新宿線)은 1997년 주박선로를 활용해 급행화를 했지만 배차 간격이 짧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사고를 우려해 급행 운행을 하지 않는다. 코레일도 지난해 경인선 급행의 서울 도심 연장 운행을 검토했지만 지역 간 갈등과 운행 시스템 개량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보류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노선의 급행화에는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기민 중앙대 교수(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는 “급행화는 선로 및 열차 운영 계획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초기의 혼란을 상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문재인 정부#급행열차#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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