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땅속 불씨 되살아나… 장병 등 5100명 사흘째 사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삼척 산세 험해 진화 어려움… 백두대간 건의령 정상까지 번져
탄광 화약고까지 위협… 폭약 옮겨
강릉에서는 잔불 다시 활활… 진화헬기 비상착륙중 1명 사망


강원 동해안 일대의 대형 산불이 사흘째 꺼지지 않고 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화 작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강릉과 삼척 일대 백두대간 곳곳이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

8일 오전 5시 15분경 해가 뜨자 삼척시 도계읍 일대에 헬기 38대와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 5100여 명이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됐다. 그러나 산세가 험한 데다 바람이 거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6일 오전 11시 42분경 도계읍 점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8일 삼척시와 태백시를 잇는 백두대간 고개 건의령 정상까지 번졌다.

이번 산불로 삼척에서는 사흘 동안 100ha 이상의 산림이 훼손됐고 주택 3채(폐가 2채 포함)가 소실됐다. 7일 밤에는 도계읍 발이길 강원화약고 인접까지 산불이 확산돼 이곳에 보관 중이던 탄광 발파용 폭약과 뇌관을 동해시로 긴급히 옮겼다. 당국은 9일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예보됨에 따라 이날 완전 진화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다.

7일 오후 6시경 완전 진화로 발표됐던 강릉시 성산면 산불은 같은 날 오후 8시 25분경 어흘리에서 다시 발생했다. 당국이 진화에 나서 큰 불길은 잡았지만 8일에도 어흘리 보광리 관음리 금산리 등 곳곳에서 불씨가 되살아나 헬기 14대와 인력 2300여 명이 투입돼 사투를 벌였다. 땅속에 묻혀 있던 잔불이 초속 10∼15m의 강풍을 타고 되살아난 탓이다. 이번 산불로 57ha의 산림이 훼손됐고 주택 33채(폐가 3채 포함)가 소실돼 6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릉시는 산불이 재발하자 이날 긴급재난문자(CBS)를 보내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8일 오전 3시 29분경 강릉시 거주자들에게 ‘성산면 산불 재발화에 따라 보광리, 관음리 주민은 안전한 마을회관으로 신속히 대피바랍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를 발송했다. 삼척시도 7일 오후 8시 22분경 ‘외출 자제, 위험 상황 발생 시 안전지역으로 즉시 대피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6일 처음 산불이 났을 때는 재난문자가 전혀 발송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8일 오전 11시 46분경 삼척시 도계읍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산림청 소속 카모프 KA-32T 헬기 1대가 고압선에 걸린 뒤 개울가에 비상 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에 타고 있던 정비사 조병준 씨(47)가 가슴 부위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타고 있던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 일부가 파손된 이 헬기는 전북 익산항공관리소 소속으로 7일부터 강릉과 삼척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또 7일 오후 11시 25분경 도계읍 늑구리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영월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진화대원 엄모 씨(53)가 쓰러지는 고사목에 어깨를 맞고 쓰러진 뒤 한때 의식을 잃기도 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동해안#산불#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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