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80억 기부에 140억 증여세는 부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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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상씨 사건’ 7년만에 파기환송

경제력 세습 목적이 아닌 선의로 한 주식 기부에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사장 황필상)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재단 측에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의 창업자 황필상 씨(70)는 2002∼2003년 수원교차로 회사 주식 90%(당시 시가 177억 원 상당)와 현금 3억1000만 원을 기부해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황 씨의 주식 기부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의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재단은 이듬해 12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황 씨가 출연한 주식은 순수한 장학사업 목적이어서 증여세 부과는 부당하다”며 재단 측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황 씨와 재단이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수원교차로 주식 전부에 해당한다”면서 “수원교차로는 황 씨와 특수 관계에 있는 법인이어서 과세 대상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실상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황 씨가 장학재단에 주식을 기부한 것만으로 황 씨와 재단이 ‘특수 관계’라고 보고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씨가 정관 작성과 이사 선임 등 재단 설립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심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황 씨가 재단에 주식을 증여한 일이 순수한 목적의 기부인지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다. 파기환송심에서 “주식 증여는 순수한 목적의 기부”라는 황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증여세 부과는 취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황필상#파기환송#증여세#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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