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한파… 피가 모자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작년 286만명 헌혈… 1년새 7% 줄어

썰렁한 헌혈의 집 17일 오후 헌혈 대기자가 한 명도 없는 서울 종로구의 한 헌혈의 집을 직원이 
정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집계 결과 지난해 헌혈자는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1월 헌혈 실적도 예년보다 낮아 관심이 
요구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썰렁한 헌혈의 집 17일 오후 헌혈 대기자가 한 명도 없는 서울 종로구의 한 헌혈의 집을 직원이 정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집계 결과 지난해 헌혈자는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1월 헌혈 실적도 예년보다 낮아 관심이 요구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헌혈 인구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고령 환자가 늘고 헌혈을 할 젊은 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을 극복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혈액 자급 국가’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지난해 헌혈자가 286만6330명(잠정)으로 집계돼 2015년보다 7% 줄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인구 대비 헌혈률도 같은 기간 6.1%에서 5.6%로 줄었다. 헌혈자는 2011년 이후 계속 늘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진 2015년에도 308만2918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출산율이 떨어져 10대의 헌혈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 덕에 40대 이상의 참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갑자기 헌혈이 줄어든 원인으로 인터넷 ‘헌혈 괴담’을 지목했다. 지난해 1월경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피를 뽑으면 노화가 빨라지고 키가 안 자란다”라거나 “정부가 혈액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헌혈 받은 피를 폐기 처분한다”는 허위 사실이 퍼지면서 청년층 헌혈자가 급감한 것. 혈액으로 옮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와 동남아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해당 국가 여행자의 헌혈을 귀국 후 1개월간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수혈용 혈액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환자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수혈해 줄 지인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병·의원까지 생기자 적십자사는 3월경부터 헌혈의 집을 찾는 ‘성분헌혈(성분만 소량 헌혈)’ 희망자에게 ‘전혈헌혈’(320∼400mL)을 권하기 시작했다. 의약품 제조에 쓰이는 성분헌혈 혈액은 수입할 수 있지만 수혈용 전혈 혈액은 감염 우려 탓에 자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혈헌혈의 비중은 2015년 69.7%에서 지난해 75.1%로 높아졌다. 다만 2주마다 반복할 수 있는 성분헌혈과 달리 전혈헌혈은 다시 헌혈하려면 2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헌혈 실적은 감소했다.

 적십자사는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달 16일까지 헌혈자는 10만6296명으로 집계돼, 하루 평균 6643명꼴이었다. 지난해 7480명, 2015년 7786명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17일 현재 혈액 보유량은 2만2070유닛(1유닛은 250∼500mL)으로 ‘주의’ 단계에 해당하는 4.3일분. 적십자사는 한파 때문에 계절적인 혈액 부족까지 겹칠까 우려해 이번 주부터 ‘직원 릴레이 헌혈’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혈액 부족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학생과 군인 등 젊은층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장년층의 참여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10, 20대 헌혈이 전체 헌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6%(2015년 기준)나 되지만 10대 헌혈 가능 인구는 연평균 6만8000명씩 줄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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