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신희석]소녀상, 국제법 위반 아니다

  • 동아일보

 최근 논란이 된 부산 영사관 앞 소녀상이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일본 주장대로 국제법 위반일까.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및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은 외교공관 및 영사기관에 대한 ‘어떠한 안녕의 교란이나 존엄의 손상도 방지’할 특별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 간 평화우호 관계에 필수적인 외교·영사 활동의 보장은 필수적이며, 대사관·영사관에 대한 폭력행사 역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1996년 7월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문 차량 돌진 사건이나 2012년 7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트럭 돌진 사건 등은 빈협약의 중대한 위반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소녀상 설치와 같은 평화적 행위까지 안녕·존엄을 불법적으로 침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한국 및 일본 헌법, 1948년 유엔총회의 세계인권선언, 한국·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168개국이 당사국인 1966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규정된 인류의 보편적 규범가치다.

 과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외교기관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여 이를 악용한 대기업들이 외국 대사관을 유치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2003년 위헌 결정 이후 개정된 집시법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와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는 집회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1988년 미 연방대법원은 공관 152m 이내에서의 모욕적 간판 전시를 금지한 워싱턴DC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1984년 영국 법원도 로케스 사건에서 모욕적 행위나 폭력이 있는 경우에만 공관의 존엄이 손상된다고 판결했다.

 일본이 소녀상 설치가 빈협약 위반이라 생각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비준한 빈협약 선택의정서에 근거하여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면 될 일이다. 독도 문제 등에서는 ICJ 제소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일본이 왜 소녀상 문제는 안 그러는지 궁금하다.

신희석 연세대 법학과 박사과정
#소녀상#국제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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