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성공하고 싶다면, 마음껏 놀고 연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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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 이룬 김윤종씨

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한국에서 청소년 교육 사업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필리핀, 아프리카 등 교육이 낙후된 지역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한국에서 청소년 교육 사업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필리핀, 아프리카 등 교육이 낙후된 지역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신이 욕실만 11개인 집에 산다면? 방이 아니다. 욕실이다. 정원 관리비만 연 1억 원을 쓴다면? 러시아 화가에게 집 천장 벽화를 그리게 하고, 거실은 젊은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음악으로 가득찬다면?

 당신은 행복한가? 그는 “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호화로운 생활을 버리고 지금 한국에서 사회활동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종 씨(68). 그는 미국에서 창업한 컴퓨터 네트워크 회사 ‘자일랜’을 1999년 프랑스 기업에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에 팔아 벼락부자가 됐다. 당시 그가 번 돈은 약 6억 달러(7200억 원)로 알려졌고, 국내 언론에도 그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이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을 뒤로하고 지금 한국에서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며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청소년과 교육이 그가 주로 활동하는 분야다.

 “회사를 팔고 나니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돈과 시간이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를 부러워했고 저 역시 흥분돼 그간 누리지 못했던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죠. 그런데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07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뒤 한국 청년들의 삶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성공한 기업가로 알려지며 여기저기 강의를 많이 다녔죠. 그때 한 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강당에 들어서니 애들이 세상을 다 산 사람들처럼 널브러져 있더라고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싶었죠.”

 그는 “교육은 부모와 학교가 아이를 인성 갖춘 사람으로 키워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이와는 많이 달랐다. 인성보다 입시가 우선이었고, 부모와 학교가 정해놓은 길을 아이들은 따라가야만 했다. ‘행복이 성적순’이다 보니 아이들은 성취감보다 열등감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 김 씨는 “억지로 따라가는 공부를 하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기 어렵다”며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다 지쳐 사고도 멈추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009년 청소년 교육을 위한 ‘꿈희망미래 리더십센터’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의 교육 방식에 지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전담할 교육 커리큘럼을 꾸렸다.

 학교가 리더십센터에 교육을 요청하면 3명의 교사를 학교에 파견해 하루 8시간씩 이틀간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교육 캠프를 만들었다. 학생이 의자 2개를 마주 놓고 앉아 맞은편 의자에 앉은 가상의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격려해주는 ‘셀프토크’ 등 12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는 학생들과 만날 때마다 “놀고 연애하라”고 조언한다. 마음대로 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한다는 믿음에서다. 김 씨는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유롭게 놀아야 세상에 호기심이 생긴다”며 “피가 끓는 청년기에 서로 어울리면서 상대를 알고 배우게 되면, 자신감과 함께 인생의 든든한 자산을 갖게 된다. 이걸 알려주는 게 내 남은 인생의 과제”라고 말했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청소년 교육#꿈희망미래재단#김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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