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억울함 밝히고 싶다”… 檢 “대통령과 공범증거 차고 넘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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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안종범-정호성과 한자리에

5일 오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 3인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 방청객과 취재진이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최순실 씨(오른쪽 상단)를 비롯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오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 3인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 방청객과 취재진이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최순실 씨(오른쪽 상단)를 비롯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구치소에서 전해 듣고 오열했다는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태연하고 담담했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최순실 씨는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지난해 12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딸의 체포 이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던 최 씨는 이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과 함께 법정에 섰다. 이번 사건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이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 최순실, 불리하게 진술한 안종범 정호성 노려봐

카메라 피하고… 구부정… 꼿꼿… 재판정 ‘국정농단 3人3色’ 최순실 씨(앞줄 왼쪽)와 국정 농단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가운데)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오른쪽)이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최 씨는 취재진이 법정 밖으로 나가자 고개를 들었다.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은 직접 구입한 밝은색 수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구치소에서 나눠준 갈색 수의를 입고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카메라 피하고… 구부정… 꼿꼿… 재판정 ‘국정농단 3人3色’ 최순실 씨(앞줄 왼쪽)와 국정 농단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가운데)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오른쪽)이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최 씨는 취재진이 법정 밖으로 나가자 고개를 들었다.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은 직접 구입한 밝은색 수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구치소에서 나눠준 갈색 수의를 입고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연갈색 수의 차림의 최 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피고인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판부가 취재진에게 허용한 사진 촬영 시간이 끝나자, 최 씨는 고개를 들고 변호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최 씨의 얼굴은 딸의 체포로 충격을 받았다거나, 재판에 대한 부담으로 긴장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씨의 변호인이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부인하자, 재판부가 최 씨에게 직접 입장을 말해 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최 씨는 담담하게 “억울한 부분이 많아 (재판에서) 밝히고 싶다”고 답했다.

 최 씨는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아 있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노려봤다. 최 씨의 상기된 얼굴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두 사람에 대한 노여움이 담긴 듯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법정을 빠져나가느라 최 씨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태연했던 최 씨와 달리 안 전 수석은 재판 내내 입을 꽉 다문 채 착잡한 표정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담담히 정면을 응시했다.

○ 검찰 “대통령 공범이라는 증거 차고 넘친다”

 최 씨는 이날도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 관계가 연결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 ‘중개자’로 설정했다”며 “공판에서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공소 사실 전부가 허공에 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최 씨와)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한웅재 부장검사는 “최 씨 등의 공소장을 적을 때, 국격을 생각해 최소한의 사실만 적었다”며 “이 법정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압수한 증거 인멸 정황 자료를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휴대전화 우측 상단 3분의 1 지점을 집중 타격해 완전히 부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복원 불가능” 등 구체적인 증거 인멸 방법이 담겼다.

 정 전 비서관은 혐의 사실 인정 여부를 다음에 밝히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19일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등 향후 재판 일정도 확정했다.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다음 달 13일 이후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씩 재판을 할 계획이다.

권오혁 hyuk@donga.com·신동진·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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