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자르지 마세요”…초등생 17명이 교육청에 급습한 사연은?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월 5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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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교육청 제공
전라북도교육청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전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17명이 집단으로 전라북도교육청 1층 민원실을 급습했다.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은 "교육감님을 만나 정식으로 민원 접수 하겠다"고 외쳤다.

이 소식을 들은 정옥희 대변인은 학생들은 회의실로 데려갔다. 자리에 앉자, 학생 중 한 명이 "담임 선생님과 졸업식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더 있게 해주세요"라고 정 대변인에게 요청했다.

사연은 이랬다. 현재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로 지난 10월부터 3개월 간 가르쳐왔다.

학생들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는 3개월 동안 학생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고, 학생들 역시 교사를 무척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담임 선생님이었던 정규직 교사가 1월 2일 복직을 신청해, 기간제 교사가 해고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기간제 교사의 기간 연장을 위해 1시간을 걸어 교육청에 방문한 것이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 학교 방학일은 12월 30일이고, 개학은 2월 1일, 졸업식은 2월 12일이었다. 기간제 교사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은 열흘 남짓이었다. 학생들은 그 시간만큼이라도 기간제 교사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에 정 대변인은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답을 줄까"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30일이 방학이니 그때까지 학교로 말고 학생 대표에게 연락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한다.

정 대변인은 당일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김승환 교육감에 바로 연락을 취했고, 김 교육감은 "나를 믿고 먼 길을 찾아와준 아이들이 고맙다"며 "해결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교육청은 다음날 학교에 전화해 사실 확인 후 정규직 교사에게 복직날짜를 미뤄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다행히 정규직 교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과 2월 12일 졸업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정 대변인은 5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처음엔 초등학생 17명이 1층 민원실에 있다고 해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며 "들어보니 일이 있거나 학원 가야 될 친구들 빼고 거의 다 왔다더라.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문제의식을 갖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해 기특하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요즘 촛불시위 나가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정말 우리 사회 민주주의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 기특하다"고 전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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