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까지 진출한 ‘주사 아줌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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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계기로 본 비의료인 불법 진료 실태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가 2일 변호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사 아줌마’를 소개해줬다”고 진술하면서 박 대통령이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이영선 행정관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사(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신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 환경의 사각지대를 살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의료 강국의 민낯 ‘주사 아줌마’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사 아줌마’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 없이 주사제를 살 수 없고 감시도 심해져 과거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음지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주로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의료 분야에 종사했던 중년 여성이며 집 또는 손님이 원하는 장소를 방문해 시술한다. 찜질방 등에서도 시술이 이뤄진다고 한다.

 주사 아줌마는 단순히 영양주사부터 보톡스 등 미용시술을 넘어 쌍꺼풀 같은 성형수술까지 하는 등 처치 종류와 실력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크다. 성형외과 의사 A 씨는 “간호조무사 등 의료 보조 인력은 의사를 옆에서 도와주다 보니 간단한 시술을 배울 기회가 있다. 의약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어 불법 시술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 ‘주사 아줌마’일 가능성이 큰 인물로, 현재 특별검사팀이 소재를 파악 중인 ‘백 선생’의 경우 순천향대병원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던 주사 아줌마로 알려졌다. ‘미용시술 주사를 의사보다 더 잘 놓는다’는 소문과 함께 보톡스, 필러 시술은 물론이고 비타민 주사까지 폭넓게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주사 아줌마의 행위는 의료법 위반인 데다 간단한 시술일지라도 엄연한 의료행위라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B성형외과 전문의는 “의사는 의료법과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요구한다고 아무 주사나 시술을 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주사 아줌마는 이런 제약 없이 환자가 원하는 주사나 시술을 받을 수 있으니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은 병원의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주사 아줌마는 현금만 받는다. 불법 시술 대다수가 성형, 미용 목적이기 대문에 관련 수요가 많은 강남 지역으로 몰린다고 의료계는 설명했다. 이들끼리는 주사제 처방전을 잘 내주는 병원이나 새로 나온 수액 이름을 공유하기도 한다.

  ‘기치료 아줌마’는 주로 지방에서 성행하고 있다. 뜸이나 부항을 배운 비의료인들이 몸 전체를 지압하거나 뜨거운 돌덩어리를 배 위에 올려놓는 식으로 처방이 이뤄진다. 한방 치료와 유사해 보이는 데다 가정을 방문해 치료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학적 지식이나 근거 없이 마구잡이 치료를 하는 아줌마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비선 진료·의료 게이트가 남긴 것


 지난달 최 씨의 단골 병원인 ‘차움의원’을 운영하는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가 산모들이 연구용으로 기증한 제대혈(탯줄 혈액)을 불법적으로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비선 의료 게이트’를 계기로 의료계의 어두운 단면이 노출됐다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이 태반, 백옥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박근혜 주사’ ‘길라임 주사’를 내세워 홍보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이 주사제들은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마케팅 자정 활동을 펼치기로 했을 정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주사제들은 ‘플라세보 효과(위약효과)’인 경우가 많다.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 씨가 자신과 박 대통령의 생년월일을 조합한 ‘최보정’이란 가상 인물로 김영재의원에서 수십 번 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분야의 환자 및 의료 정보 불투명성이 의료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에 성형 시술 등 비급여 진료라도 최소한의 기록을 보건소 등 공식 의료 행정 시스템에 보고하는 한편 의료인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의료인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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