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 3명 살해 후 사탕수수 밭에 유기한 30대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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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사탕수수밭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김모 씨(34)를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김 씨가 범행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 중이던 지인 박모 씨(38)의 권유 때문이었다.

박 씨는 올 10월 초 "내가 지금 사람 하나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처리하고 나면 1억 원 정도가 생기니 그 대가로 이를 네게 주겠다. 아무도 몰래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필리핀으로 갔다.

박 씨는 피해자인 박모 씨(48), 맹모 씨(49·여), 심모 씨(52)로부터 8월 3000만 페소(한화 약 7억2000만 원)를 투자받아 필리핀의 한 카지노 정킷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피해자 맹모 씨 등 세 사람은 한국에서 유사수신행위를 하다 경찰 수사를 피해 도피한 상태였다.

박 씨는 한 달가량 세 사람과 사업을 같이하다 간섭이 심해지자 이들이 경찰에 쫓기는 신분이고 필리핀에 아무런 연고도 없어 이들을 죽이고 돈을 가로채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박 씨는 지인 김 씨를 필리핀으로 불러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면서 1주일간 범행을 계획했다.

D데이로 정한 10월 11일 오전 3시 경. 김 씨와 박 씨는 피해자 세 사람이 잠든 사이 포장용 테이프로 이들을 결박하고 미리 보아둔 사탕수수밭으로 이동했다. 박 씨는 피해자을 향해 "내가 너 때문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데"라고 말하며 권총을 쏘아 세 사람을 살해했다. 범행 후 박 씨는 카지노에서 피해자들의 투자금 7억2000만 원을 인출해 챙겼다.

김 씨는 피해자들의 시신이 살해 당일 발견되자 같은 달 13일 귀국했다가 6일 만인 19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김 씨를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하고 그의 옷에서 나온 화약 잔류 반응도 확보해 한 달 만인 11월 18일 자백을 받아냈다. 김 씨가 밀양강에 버린 휴대전화도 수중탐사팀을 동원해 찾아 증거로 확보했다.

김 씨는 범행이 성공하면 박 씨로부터 받기로 한 1억 원을 못 받았다. 과거 그에게 투자했던 5000만 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11월 17일 현지에서 한국·필리핀 합동수사팀에 붙잡혔다. 검찰은 외교부를 통해 박 씨의 여권을 말소하고 이르면 내년 1월 필리핀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을 방침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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