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히 뿌리내리는 이웃… 다문화는 우리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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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다름을 넘어 하나되는 사회로”… 가족-개인-단체 3개부문 시상

영광의 수상자들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나니 무인, 한수연(가족상 우수상), 권오숙(공헌상), 홈소폰(특별상), 
멀얼게렐(공헌상), 취매이윈(가족상 대상), 라술메또바 나조카트(가족상 우수상), 사단법인 러브아시아(공헌상 단체) 김동인 
정책실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광의 수상자들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나니 무인, 한수연(가족상 우수상), 권오숙(공헌상), 홈소폰(특별상), 멀얼게렐(공헌상), 취매이윈(가족상 대상), 라술메또바 나조카트(가족상 우수상), 사단법인 러브아시아(공헌상 단체) 김동인 정책실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남편은 제 사랑, 한국은 제 운명이에요.”

 휠체어를 탄 남편과 함께 단상에 올라간 취매이윈 씨(60)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에서 대상을 수상한 취매이윈 씨는 서툰 한국어로 감격을 전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선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들이 모여 서로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기쁨을 가족에게 돌렸다. 다문화가족상 우수상을 받은 라술메또바 나조카트 씨(35·여)는 “항상 옆에 있어 준 남편에게 고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엔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이상 여가위 간사)을 비롯해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전 새누리당 의원), 양민정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장 등 정계 관계 학계 인사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 수상자 가족 및 친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남 위원장은 “올해 7월 국내 외국인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었고 우리 사회가 점차 ‘다름’이 힘이 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수상자들을 축하한 뒤 “특히 자라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 전 의원은 “매년 ‘LG-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 올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분들을 보며 초심을 다잡는다”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상 대상과 우수상(3명)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 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3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대상 수상자에겐 모국 방문 비용도 지원된다. 공헌상은 개인상(2명) 부상이 500만 원, 단체상이 1000만 원이다.

● 14년간 이주민 법률상담-자립 도와

다문화공헌 부문

 
다문화공헌상 단체 부문을 수상한 사단법인 ‘러브아시아’는 14년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법률 상담과 자립을 돕고 있는 순수 민간단체다. 2002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러브아시아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은 이주민은 26개국 출신 1만9000여 명에 달한다. 2010년에는 결혼이주여성이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대전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다. 이곳에는 아시아 10개국 동화책 1만여 권이 있다. 의료지원, 문화행사, 한글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러브아시아가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이주민의 일자리 창출 사업. 현재 결혼이주여성에게 유치원, 초등학교의 동화강사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문화 동화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음식을 조리하고 서빙하는 다문화 레스토랑 ‘아임 아시아(I'm ASIA)’의 문을 열었다. 현재 아임 아시아는 총 3곳. 매장 1곳당 7, 8명의 이주여성이 일하고 있다.

 임제택 러브아시아 대표(58)는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일자리다. 앞으로 이주민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공헌상 개인 부문 수상자인 몽골 출신 멀얼게렐 씨(33·여)는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 350명이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다. 2004년 12월 남편과 결혼하면서 입국한 그가 다문화 관련 활동을 시작한 건 2009년. 그는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의 도움으로 결혼 뒤 힘든 시기를 극복한 만큼 나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출입국사무소의 결혼이민자네트워크 몽골 모임 인터넷 카페 운영을 맡았다. 2010년에는 ‘주한몽골이주여성협회’를 설립했다. 정보기술(IT) 방문지도사로서 컴퓨터 사용이 서툰 이주여성을 돕고, 몽골 출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몽골어 신문 ‘salat’ 기자로도 활동했다. 2013년부터 10개월간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에서 몽골어 통역사로 근무하며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몽골 환자를 도왔다.

 또 다른 다문화공헌상 개인 부문 수상자인 사회복지사 권오숙 씨(62·여)는 12년간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 봉사를 해왔다. 그는 2000년대 초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소개로 경기 부천시 이주노동복지센터를 알게 됐다. 그때부터 틈틈이 한 봉사활동이 지금은 주말 일상이 됐다.

 그는 이주민들에게 컴퓨터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이주민들과 함께 여행, 연극 등 다양한 문화 행사에도 참가하고 있다. 권 씨는 “봉사 초기 임신부였던 한 이주여성이 어느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됐다”며 “그 아이가 부모의 모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능숙하게 하는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병든 남편 보살피며 국적취득 꿈 키워

다문화가족 부문

 다문화가족상 대상을 받은 중국 출신 취매이윈 씨는 2009년 남편 정진선 씨(66)와 결혼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이듬해 시련이 닥쳤다. 갑자기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남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걷지 못하게 됐다. 병명도, 치료법도 알 수 없었다. 취 씨는 기초생활 복지급여와 기초연금 50만 원으로 살림을 꾸리고 남은 돈을 아껴 재활도구를 장만하는 등 남편을 극진히 돌봤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부부를 보며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금실이 저렇게 좋을 수가 있느냐”며 격려했다.

 5년간의 간호 덕에 정 씨는 지난해부터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다. 귀화에 필요한 예금 잔액 3000만 원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취 씨는 꿋꿋하다. 최근엔 요리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더 맛좋은 음식을 만들어주고 식당에도 취업하기 위해서다. 정 씨가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냐”고 물으니 취 씨는 얼른 “오빠(남편을 부르는 애칭)랑 결혼한 거 좋아”라고 대답했다.

 다문화가족상 우수상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 카나니 무인 씨(58)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1990년대에 일자리를 찾아왔다가 2002년 아내 변은영 씨(51)를 만나 결혼했다. 처음엔 “사업 한번 같이 해보자”며 만남을 이어갔지만 그게 ‘가족 사업’이 될 줄은 몰랐다. 이듬해 자본금 20만 원으로 시작한 액세서리 노점이 현재 어엿한 중고 농기계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각의 편견 탓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가족이 힘이 돼줬다. 무인 씨는 “한국에선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며 웃었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캄보디아 출신 한수연 씨(28·여)는 전북 익산시의 ‘다문화 선생님’이다. 정착 초기엔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게 고작이었지만 점점 자신이 붙었다. 2012년부터 지역 내 초중고교와 대학교에서 다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며 캄보디아 문화를 강의하기 시작했다. 지역 내 캄보디아 출신 여성들과 무용단을 꾸려 경로당과 학교 등으로 봉사활동 공연도 다닌다. 최근엔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며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해 연달아 합격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라술메또바 나조카트 씨(우수상)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4명이나 낳은 다산모. 2006년 육군 부사관이었던 남편 서정완 씨와 결혼하면서 입국했고, 이듬해부턴 3년마다 가족이 한 명씩 늘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는 형제와 자매가 많을수록 좋다는 게 나조카트 씨 부부의 지론이다. 특별상을 받은 캄보디아 출신 홈소폰 씨(35·여)도 자녀 4명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

▽가족상

―대상: 취매이윈 씨 가족(서울·중국 출신)
―우수상: 카나니 무인 씨 가족(경기 파주시·파키스탄 출신)
   한수연 씨 가족(전북 익산시·캄보디아 출신)
   라술메또바 나조카트 씨 가족(경남 김해시·우즈베키스탄 출신)
―특별상: 홈소폰 씨 가족(경기 부천시 ·캄보디아 출신)

▽공헌상 개인

권오숙 씨(경기 안양시 요셉마리아집 사회복지사)
멀얼게렐 씨(이주여성 소셜큐레이터·몽골 출신)

▽공헌상 단체

러브아시아(이주민 법률 및 취업 지원 단체)
#lg#다문화#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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