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자 전형 종목 67%가 정원 미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순실 딸 입학’ 계기로 본 최근 예체능 수시경쟁률

 대학입학시험 예체능 특기자 전형 중 대회 수상 실적을 요구하는 전형은 그렇지 않은 전형보다 경쟁률이 최대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1일 조사됐다. 특히 체육 특기자 전형으로 뽑는 종목의 67%는 경쟁률이 1 대 1 이하였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전공한 승마처럼 돈이 많이 들고 선수가 별로 없는 종목은 대학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 경쟁자 없어 쉽게 입학

 본보는 유웨이중앙교육과 2014∼2017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수시모집 예체능 특기자 전형의 경쟁률을 분석했다. 평균 경쟁률은 2014학년도 32.4 대 1(37개 전형), 2015학년도 32.5 대 1(44개), 2016학년도 36.2 대 1(26개), 2017학년도 36.4 대 1(49개)로 비슷했다.

 그러나 수상 실적을 요구하는 전형과 아닌 것으로 나누면 경쟁률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모집요강 지원자격에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 같은 방식으로 수상 실적을 요구하는 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2014학년도 9.9 대 1(14개), 2015학년도 14.8 대 1(15개), 2016학년도 20.5 대 1(11개), 2017학년도 11.9 대 1(15개)이었다. 비요구 전형 경쟁률(각각 46.2 대 1, 41.7 대 1, 47.7 대 1, 47.2 대 1)보다 아주 낮았다.

 체육 특기자 전형은 매년 1개씩을 제외하고 모두 수상 실적을 요구했다. 이에 평균 경쟁률이 다른 전형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2014∼2017학년도에 각각 3.0 대 1, 3.0 대 1, 20.7 대 1, 6.1 대 1이었다. 예능 특기자 전형 평균 경쟁률(41.9 대 1, 41.2 대 1, 44.4 대 1, 44.2 대 1)보다 현저히 낮은 셈이다.

 전국 대학의 체육 특기자 전형 경쟁률을 모두 따져 봐도 높지 않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3∼2016학년도 체육 특기자 선발현황’에 따르면 평균 경쟁률은 각각 1.6 대 1, 2.3 대 1, 2.5 대 1, 3.2 대 1이었다. 2017학년도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4년제 주요 대학(33개)의 수시 경쟁률 평균이 17.43 대 1인 것을 감안하면 입학이 쉬운 편이다.

 특정 체육 종목은 선수가 많지 않아 지원만 하면 합격하는 사례도 있다. 2014년 국회 교문위 한선교 의원(새누리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4학년도 3년간 62개 대학의 체육 특기자 전형 1529개 종목 중 경쟁률 1 대 1 이하가 67.5%(1032개)였다. 승마나 요트처럼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포츠이거나 육상, 씨름처럼 비선호로 선수가 별로 없는 종목이다.

 정 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에 승마로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은 11개 대학에 58명이었다. 계명대 중앙대 삼육대에는 지원자가 1명씩, 성신여대 연세대에는 2명씩이었다. 교육부는 최종 합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 끊이지 않는 체육 특기자 비리

 체육 특기자들의 입학 비리는 반복돼 온 문제다. 김대희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각 대학이 전형 전 합격자를 내정하는 스카우트 제도가 비리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평가가 실기와 면접 위주라 주관적이고 △감독의 권력 때문에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고 △관리가 교육부 대입제도와 인성체육예술교육과로 분리돼 감독이 부실한 점도 지적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체육 특기자 선발의 객관성을 강화하려 2019학년도부터 각 대학이 모집요강에 선발 인원을 종목과 포지션별로 명시하게 했다. 대회 수가 많은 종목의 단체가 대입 관계자에게 각 대회의 참가팀 수와 인원 정보를 제공하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요 대회 경기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입 관계자가 학생의 기량을 확인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정 씨에게 입학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특별감사를 계기로 체육 특기자 선발이 많은 대학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순실#정유라#승마#특기자전형#대입#정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