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고픈 변호사, ‘중개’ 기웃 ‘세무’ 힐긋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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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영역 확장… 곳곳서 충돌

 

변호사 2만 명 시대를 맞아 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변리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다른 분야 전문자격사(시험을 통해 자격을 얻는 전문직종 종사자)와의 ‘업역(業域)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자격사들은 “우리도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한변리사회, 한국기술사회, 한국관세사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 등은 공동으로 주요 일간지 1면에 의견광고를 내고 “변호사에게 무소불위 업역 침탈의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변호사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부동산중개업계는 물론이고 법무사 변리사 관세사 기술사 손해사정사 감정평가사 업역까지 넘보고 있다”며 “변호사가 만능 자격인 것처럼 다른 자격사 업무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 정의와 법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변호사는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는다. 일정 기간의 실무연수를 거치면 변리사 자격도 취득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노무사와 법무사 업무도 변호사의 직무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이효은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로스쿨 도입 취지에 따라 전문 경험을 갖춘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오히려 다른 자격사들이 변호사의 고유 업무인 소송권을 달라고 하는 등 업역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이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장 이후 해마다 변호사가 2000여 명씩 배출되는 데다 법률시장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의 슬로건이 ‘밥은 먹고 삽시다, 생존권 사수’일 정도였다.

 전문자격사들의 ‘밥그릇 싸움’은 최근 들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올 3월 공인중개사협회 등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이들이 부동산 명칭을 쓰고 거래를 중개했다며 변호사인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공 대표는 “부동산 거래에 따른 법률자문 영업을 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이달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변호사 외에 행정사도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한 행정사법 개정안이 9월 입법 예고되자 지난달 5일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생존권 보장’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변호사와 변리사들은 변리사의 소송 참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청구금액 2000만 원 이하인 민사 소액사건을 놓고도 변호사와 법무사가 대립 중이며, 변호사들은 노동·세무 사건 등을 둘러싸고 공인노무사, 세무사, 관세사 등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처럼 전문자격을 통합해 장기적으론 변호사와 회계사로 단순화하거나, 영국 독일 등처럼 변호사와 전문자격사 간 동업(MDP)을 인정하는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변호사#업역#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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