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서민대출 받으세요” 서민 울린 보이스피싱…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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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대출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부담하셔야 해요."

OO은행의 대출상담팀 김모 팀장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회사원 박모 씨(44)에게 솔깃한 제안이었다. 돈이 필요한 데 신용 등급이 낮았던 그 씨는 번번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한 데다 가능한 대출은 대부 업체의 고금리 대출뿐이었다.

수화기 너머 김 팀장은 정부의 서민 지원 대출을 받으려면 수수료를 납부해야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당장 목돈이 필요했던 박 씨는 대출 수수료 80만 원을 김 팀장이 알려준 계좌로 이체했다. 하지만 해당 계좌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대출을 빙자해 수수료를 뜯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에 대출상담 콜센터를 차리고 저금리 대출 상품을 미끼로 84명에게 4억4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소모 씨(41)등 중국동포와 한국인 20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조모 씨(45·여)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올 4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 콜센터 2곳을 차리고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무작위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행복기금으로 대출 받도록 해주겠다. 대신 수수료를 납부하라"고 속였다. 또 고금리로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피해자에게는 "국민행복기금 대출로 전환하려면 기존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해야 가능하다"고 속였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렵거나 기존 대출로 채무 부담이 컸던 피해자들은 '서민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일당들이 알려주는 계좌로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500만 원의 수수료를 이체하거나 남은 대출 금액 일부를 상환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명목으로 수수료나 상환금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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