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들, 최경희 총장 사퇴에도 집회 강행 “지배구조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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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1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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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화여대/동아일보DB
사진=이화여대/동아일보DB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교수비대위)는 19일 최경희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예정대로 집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교수비대위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최경희 총장 해임 및 학생 안위 보장, 학내 민주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최경희 총장은 집회 예정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집회에는 교수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본관 점거 농성중인 학생과 졸업생 등 5000여 명(경찰 추산)도 합세했다.

교수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경희 총장을 즉각 해임할 것, 학생들의 안전보장,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 마련과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이화여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경희 총장은 지난 7월 30일 본관에 경찰을 투입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다. 일제강점기, 군사독재 시절에도 본관에 경찰이 직접 진입한 일은 없었다”며 “130년 이화 역사에서, 스승이 신성한 교육 현장에 1600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제자를 끌어내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라이프대학 문제는 교수들이 먼저 항의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학생들은 우리보다 먼저 총장과 집행부의 졸속행정에 제동을 걸었다. 교수들 역시 총장의 졸속행정과 학생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분노했고, 성명을 통해 총장과 집행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총장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권위를 휘두르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교수비대위는 “최근 들어 교수들을 더 경악하게 한 것은 청와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의 딸 정모 양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사실이라면 모든 학사행정을 무효화하고 대학의 존립근거를 위협하는 폭거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최경희 총장이 연관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이화정신에 위배되는 정도가 아니라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재단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내 구성원의 뜻보다 재단의 뜻이 더 중시되고, 사실상 재단이 지명하는 인물이 총장으로 선출되는 의사결정구조에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최경희 총장은 이화정신이 깃들어있는 이 캠퍼스를 장사꾼의 탐욕, 관료적 권위주의, 제도적 폭력이 지배하는 도덕적 황무지로 전락시켰다”며 “총장 해임, 학생들의 안전 보장, 합리적인 총장선출 제도 마련과 이화 지배구조 개선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최 총장은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사임을 결정했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다만 최순실 씨 딸 관련 특혜의혹은 거듭 부인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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