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목숨 잃은 울산 관광버스 사고, 대형참사로 이어진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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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망사고가 난 경부고속도로 언양나들목 인근 관광버스 교통사고는 도로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갓길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일부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울주경찰서 최익수 서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관광버스가 갓길 가드레일을 두 차례나 충돌한 뒤 가드레일에 바짝 붙어 정차해 불이 나면서 유일한 출입문을 막아버렸다"며 "이 때문에 미처 대피를 못한 승객 1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울산 T관광 소속 47인승 관광버스는 13일 오후 8시 반경 대구공항에서 승객 21명을 태우고 출발했다. 승객들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탑승객들은 울산공단 내 한화케미칼 퇴직자 부부 7쌍(14명)과 울산의 지인 4명, 가이드 1명, 그리고 중국에서 만난 2명 등이었다. 중국에서 만났던 2명은 집이 있는 대구 시내에서 하차하고 운전사를 포함한 20명이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울산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한 지 40분이 지났을 때인 이날 오후 10시 10분경 관광버스는 앞차를 추월하기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버스는 갑자기 1차로에서 2차로로 급회전해 가드레일을 1차로 들이받았으며, 60m 더 진행하다 2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버스는 2차 충돌 후에도 90m를 더 진행하다 언양분기점을 500여m 를 남겨둔 지점에서 멈춰선 뒤 약 5초 뒤 화염에 휩싸였다. 출입문이 가드레일에 막혀 열리지 않자 승객 10명은 운전석 뒤쪽 창문을 소화기 등으로 깨고 탈출했으나,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승객 10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고속도로 1개 차로의 폭은 3.6m로 규정돼 있으나 현장의 도로 폭은 3.5m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서는 3.5m로 줄일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언양~영천 구간은 1960년대 건설된 경부고속도로 마지막 미확장 구간이다. 한국도로공사 언양영천 건설사업단이 8263억 원을 들여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에서 경북 영천시 봉촌동까지 총연장 55.03㎞를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 중이다. 2018년 12월 완공예정으로 현재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운전기사 이모 씨(49)는 "오른쪽 앞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나면서 차가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스키드마크가 없고 생존자들이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날 때 나는 '펑' 소리를 듣지 못한 점에 미뤄 졸음운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차량 정비 불량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사고 버스는 올 2월 출고돼 총 주행거리는 6만8000여 ㎞였다.

사고 관광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49)는 1988년부터 올해까지 음주 무면허 등으로 총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이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숨진 10명 가운데 6명은 부부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진모 씨(72)는 현대자동차를 정년퇴직했지만 한화케미칼을 퇴직한 동생(61) 부부의 권유로 부인과 함께 참가했다가 부부가 함께 변을 당했다. 동생은 살았으나 부인은 숨져 형제 부부 4명 가운데 3명이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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