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성년자 A 양은 올해 3월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을 통해 김모 씨(25)와 익명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손과 발 사진을 교환하다가 나중에는 나체 사진까지 보내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3 이후 A 양은 협박을 받다가 성폭행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익명이란 점에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 화근이었죠.
#.4 '한 달에 500만 원 벌 수 있게 해 줄게~'
돈이 궁했던 미성년자 이모 군(16)과 김모 양(15)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성매매 알선 업주 김모 씨(30)의 글을 보았습니다.
#.5 처음에는 성매매 일이라는 걸 몰랐지만 김 씨의 꼬드김에 넘어간 둘은
주위 청소년들을 끌어 모아 성매매를 주선하는 중간 포주 일을 했고 100회가량 성매매를 알선했습니다.
#.6 랜덤채팅 앱이 청소년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100일 동안 집중 단속한 결과 랜덤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건수는 총 1972건, 검거된 사람은 8502명입니다.
#.7 특히 가출 청소년에게 강제로 조건만남을 시키는 '사이버 포주'까지 생겨날 정도로 랜덤채팅 앱 안에서 청소년은 무방비로 범죄에 노출돼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8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월 발표한 '스마트시대 대중매체를 통한 청소년의 성 상품화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4189명 중 14.2%(594명)가 스마트폰에서 주로 이용하는 앱으로 '랜덤채팅'을 꼽았습니다.
#.9 그런데 랜덤채팅 앱에 가입해 자신을 여성 청소년으로 설정해 놓으면 가입하자마자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수두룩하게 쏟아지죠.
#.10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랜덤채팅 앱 사후 심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단어만으로는 게시글 삭제조차도 힘들다고 합니다.
"성기 노출 사진이나 성매수를 직접 언급하는 글 등이 아니면 삭제 요구가 어려운 것이 현실" -정혜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팀장
#.11 미리 익명의 대화 속 유해성 여부를 심의해 범죄를 예방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타인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감청해야 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게 됩니다. 실행이 불가능한 것이죠.
#.12 대안은 없을까요?
청소년을 노리는 범죄가 '익명성의 그늘'을 악용하기 때문에 랜덤채팅앱 가입 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13 랜덤채팅 앱 자체를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죠.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성인인증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게 하여 미성년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14 일각에선 랜덤채팅 앱을 등록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과거 불법 거래의 온상이었던 개인 간 거래(P2P) 공유 사이트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5월 해당 사업자들을 전기통신사업법상 '웹하드 사업자'로 등록하게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15 양지로 나온 해당 사업자들이 자체 정화 활동 등으로 스스로 부작용을 줄이게끔 한다는 취지이죠.
#.16 "채팅방이 사적 공간이라는 점과 앱 속성상 빠르게 출몰했다 사라지는 랜덤채팅 앱의 특성 탓에 정책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 랜덤채팅 앱 상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박명진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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