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주 규모 5.8 지진, 내진설계 건물 고작 30%…행정편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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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13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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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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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관측 사상 역대 최고인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건물의 내진설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진설계 여부에 따라 피해규모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은)우리 국가 전체적으로 3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13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최근에 (내진 설계)규정이 만들어진 다음에 만들어진 건물은 상당히 내진 설계가 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30년, 40년 넘은 건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 내진 설계의 규정에 대해 역학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적 편의를 우선했다며 내진 설계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진 설계는 엄청난 돈이 들며 건물 구조마다 내진 설계 방법이 다 다르다. 우리나라 규정은 몇 층 이상, 몇 미터 이상만 하게 돼 있다. 10층 이상은 하게 돼 있다면 9층은 안 해도 되나, 이런 숫자적인 규제가 잘못됐다. 구조적·역학적인 것을 따지지 않고 행정적 편의로 나눈 것”이라며 “모든 건물은 크던 작던 간에 내진 설계를 해야 하고, 구조물의 특성에 따라서 내진 설계 방법이 다른데 내진 설계 전문가가 굉장히 적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들의 내진 설계에 대해서는 “대개 규모 7.0 정도는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바로 직하 지진, 원자력 시설물 지하 10km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다만 원자력 시설 자체는 큰 문제없을 텐데, 부속 시설이 그만큼 따라주나 하는 것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날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제 때 되지 않거나 예보가 미흡했던 등 대응 상황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조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대비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 조직 상부, 중앙재해대책본부, 중앙 본부에 여러 기구들이 있는데 이 기구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며 “상황이 딱 벌어졌을 때 대응은 행정 조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각 자치단체에서 맨 먼저 해야 한다. 방재 관리,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조직은 중앙 부처가 가질 것이 아니라 전국 시·군·구에 권한과 책임과 재정 지원을 다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은 현장에서 나는 것이다.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시·군·구다. 중앙 정부는 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종시에 앉아서 울산에서, 경주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컨트롤 하나”라고 꼬집었다. 다만 중앙 정부 차원의 국민안전처와 같은 기관은 필수적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지진이 났을 때 일반 시민들의 대비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 아이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머리에 책 같은 것들을 덮어쓰고 있더라, 이것은 낙하물이 있을 때, 건물 가까이에 있을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운동장에 나와서는 자유롭게 상황을 보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이나 집에 계시다가 지진이 문제가 되면 책상에 있으면 책상 밑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구조물이 콘크리트 구조물이기 때문에 책상도 못 견딘다.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벽으로 붙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장 부분이 무너질 때 공간이 생기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조 교수는 “인명 구조를 해보면 벽 쪽이나 기둥 옆에 계신 분들이 나중에 구조가 됐다. 그 다음 문을 빨리 열어놓고 다음 뛰어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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