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대신 허브… ‘반려식물’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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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다 기르기 쉽고 비용 덜 들어… 화초 가꾸며 외로움 덜고 정서 안정
홀몸 어르신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

집에서 허브 등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옥자 씨가 17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반려식물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광진구 제공
집에서 허브 등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옥자 씨가 17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반려식물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광진구 제공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민정 씨(44·여)의 집 베란다에는 다육이(허브), 꽃기린, 보석꽃 등 30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하나씩 가져다 기르던 것이 어느덧 집 한편을 초록빛으로 가득 채울 정도가 됐다. 김 씨가 지금까지 키운 화분만 60여 가지. 그는 화분들을 가리키며 최고의 ‘엔도르핀’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씨는 “처음 기를 땐 시간 맞춰 물을 주고 잡초를 솎아주는 게 귀찮았지만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감도 컸다”며 “식물과 말을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얻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가족 모두의 보물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씨처럼 식물을 집에서 키우며 교감을 나누는 시민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엔 식물을 단순한 관상용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개나 고양이에게 정서적 교감이나 안정을 느끼는 ‘반려동물족(族)’처럼 허브, 꽃 등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반려식물족’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가정용 원예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다육식물, 공기정화식물 등 원예상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상승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화병, 분재 등 원예도구 및 재료의 매출 역시 덩달아 31% 늘어났다.

시민들이 반려식물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기르기 쉽다는 ‘편리성’ 덕분이다. 직장인 박대현 씨(28)는 “3년 전까지 개를 키우다가 최근엔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며 “개는 털이 많이 날리고 사료 간식비 등 비용이 의외로 많이 들어 부담스러웠지만 화분은 기르기 쉽고 비용도 저렴해 좋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 속에 오히려 정적인 식물을 기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윤사라 씨(29·여)는 “작은 화분 여러 개를 키우다 보면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쉽게 해소되고 재미도 있어서 최근엔 기르는 식물 종류를 늘렸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을 복지사업에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지난달부터 구내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들에게 반려식물을 나눠주고 있다. 단순히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제공 전후로 다양한 검사를 실시해 우울증과 치매 등 노인질환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반려식물을 제공받은 이옥자 씨(70·여)는 “아침에 물을 주고 햇볕을 쐬게 하는 등 새로운 소일거리가 생겨 기쁘다”며 “새로 잎사귀가 나올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젠 밤낮으로 신경 쓰는 등 함께 사는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지난달 50여 명의 노인에게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안에 대상자를 늘릴 방침이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홀몸 어르신의 우울증과 고독사가 증가함에 따라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어르신에게 반려식물을 보급했다”며 “반려식물 사업의 효과가 나타나면 일반 어르신 가구와 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으로 점차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허브#반려식물#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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