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 한약 때문에 탈모? 의협VS한의협 공방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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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11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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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생후 27개월 된 사내아이를 둔 아이 엄마가 “아들이 어린이한의원 약 복용 직후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논란거리로 떠오른 후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열을 빼주는 한약으로 알려진 ‘도적강기탕’을 먹은 뒤 급성 탈모가 오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A 씨는 지난달 28일 한 육아 커뮤니티에 “어린이한의원 약 복용 직후 아이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습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A 씨가 해당 한의원을 찾은 건 지난해 가을. 돌이 지난 아이의 면역력 향상을 위해 한의원을 찾은 A 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녹용 복용’을 권유 받았고, 먼저 녹용 복용 전 단계의 약을 처방 받았다.

A 씨는 “아이의 속열을 빼는 약을 14일치 처방 받았는데, 그 약이 속열이 아닌 아이의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버렸다”면서 “‘설마 아니겠지’하는 마음으로 3일 이상 더 먹인 결과 약 7~8일 만에 아이의 모든 머리털이 뽑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한의원에 연락을 하고 아이의 상태를 알리자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유 받았다”면서 “이미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잡고 울어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병원 측에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겠다는 연락과 함께 (사과의 말을) 기다렸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병원에서는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걱정의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비난했다.

실망감 속에 A 씨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것으로 믿고 기다렸지만, 아이의 머리카락은 자라지 않았다. A 씨는 “3곳 이상의 대학병원 검진을 통해 아이의 몸속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머리털이 다시 날 확률은 10%도 안 될 것이라는 비참한 진단을 받았다”면서 “어린이 한의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A 씨는 “현재 아이가 ‘추상장해(얼굴 등 외모에 뚜렷한 이상을 남기는 장애)’라는 대학병원 진단까지 받았다”면서 “어린이집과 다른 교육 기관의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가 대인 기피 증상을 보여 더욱 더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A 씨의 주장과 관련해 해당 한의원 측은 9일 홈페이지에 아이가 한약을 먹고 3일 후부터 머리가 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신들이 지어준 ‘도적강기탕’ 때문이 아니라 기존부터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원 측은 “(현재 언론이) 시간적인 선후 관계가 있을 뿐 한약으로 탈모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의견은 배제한 채, 한약 처방에 잘못이 있다면 배상의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적 판단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아이가 34주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다는 점, 한의원을 찾기 전 장염이 걸려 임원 했던 점 등을 지적하면서 아이가 원래부터 허약했고, 한약이 아닌 양약 때문에 머리가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해당 한의원 홈페이지
사진=해당 한의원 홈페이지


해당 게시 글이 올라 온지 2주일이 지난 11일, A 씨의 글에는 약 56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 누리꾼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확실히 보상 받으라”면서 “그 한약 성분이 뭔지, 부작용은 뭔지, 위험성에 대해서 미리 설명 없었다면 의료사고로 고소하라”고 밝혔다.

반면, 현재 의료계 종사자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먼저 아이의 상태에 심려하고 계실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향후 법정으로 갔을 때 근거 없는 명예훼손을 당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결국 한약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이 되는 것은 한약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며 “모든 한약의 임상시험 의무화를 조속히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도적강기탕 투여 보름 전 입원치료와 항생제 등 양약치료를 받은 것 역시 확인된 만큼 아이의 탈모에 대한 원인이 도적강기탕 때문인지 그 전에 투여한 양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양·한방 협진, 치매치료를 둘러싼 논쟁 등 사사건건 부딛히던 양측이 이번에도 갈등하는 모양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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