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축사 노예생활 장애인, 노모와 ‘눈물의 상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2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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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축사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 고모 씨(47)가 15일 어머니 김모 씨(77)와 눈물의 상봉을 했다.

역시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 김 씨는 이날 충북 청주시 오송읍 자신의 집에 돌아온 아들을 껴안고 등을 두드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조카 김모 씨(63)는 “20여 년 전 천안의 한 축사에서 일하던 사촌동생이 갑자기 사라져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돌아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 씨는 잃어버린 아들 때문에 미뤘던 칠순 잔치를 조만간 열 계획이다.

고 씨는 1997년 여름, 한 중개업자를 통해 청주시 오창읍 성재리에서 소를 사육하는 김모 씨(68) 부부의 농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소똥 치우는 일을 했지만 지금까지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를 ‘만득이’로 불렀다.

고 씨가 살던 방은 축사에서 2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6.6㎡ 크기의 쪽방이었다. 축사 바로 앞이다 보니 방에는 분뇨 냄새가 진동했고, 문 앞에도 늘 분뇨가 널려 있었다. 고 씨의 존재는 1일 오후 9시경 그가 축사 인근의 한 공장 건물에서 비를 피하다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출동한 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당시 경찰은 김 씨 부부에게 고 씨를 인계했지만 그의 말투와 행동이 이상한 점을 포착하고 탐문수사를 벌여 고 씨의 무임금 노동을 확인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 씨에게 임금을 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경찰은 김씨 부부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및 장애인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고 씨에 대해 가혹행위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고 씨와 같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장애인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내 지적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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