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在家제자로 인연… “세속에 물들지 말라” 법명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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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법정스님과 정찬주 작가가 송광사 불일암에서 함께한 모습. 정찬주 작가 제공
생전의 법정스님과 정찬주 작가가 송광사 불일암에서 함께한 모습. 정찬주 작가 제공
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1932∼2010)의 재가(在家) 제자다. 1984년 샘터사에 입사해 법정 스님의 산문집을 10권 넘게 편집한 인연으로 제자가 됐고 ‘무염(無染)’이란 법명까지 받았다. 법명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30년 넘게 스님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출가 전 속가의 이야기 등 많은 일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모은 책이 ‘소설 무소유’다. 책은 스님이 입적한 후 한 달 뒤 펴냈다. 책에는 보통학교 5학년 산수 시간에 일본인 행세를 하는 담임선생님에게 투덜거리다 슬리퍼로 무자비하게 맞은 일, 속가의 여동생에게 가졌던 애틋한 정 때문에 눈물을 짓던 일, 1993년 금융실명제로 스님에게 엄청난 세금이 부과되자 고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준 게 밝혀진 사연 등이 실려 있다.

스님은 가끔 이불재에 차를 마시러 오기도 했다. 사랑채에 걸린 ‘무염산방(無染山房)’이라는 현판 글씨도 스님이 써 준 것이다. 그도 스님이 기거하던 불일암을 자주 찾았다. 언젠가 스님이 써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라는 글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 그는 “스님이 남긴 무소유의 정신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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