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태완이법’ 첫 적용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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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택시기사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

16년 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再審) 공판이 16일 시작됐다. 이 재심은 강력사건으로는 경찰간부 딸 살인사건과 노숙소녀 살인사건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무죄가 선고될 경우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이 처음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노경필)는 이날 오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피의자로 구속 기소돼 10년 옥살이를 한 최모 씨(32)에 대한 재심을 시작했다. 최 씨는 15살이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7분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택시기사 유모 씨(당시 42세)와 시비가 붙어 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고 2010년 출소했다. 판결 확정 이후인 2003년 새 용의자로 A 씨가 경찰에 검거됐기도 했지만 구체적 물증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옥살이를 마친 최 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며 광주고법에서는 최 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점, 새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들어 재심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에 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검찰 항고를 기각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아직도 최 씨를 범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고 위법수사책임을 져야 한다”며 “16년 전 수사에 참여했던 증인 13명, 경찰관 6명, 진짜 범인으로 추정되는 A 씨 등 20명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경찰관들이 15세 소년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여관에 불법감금하고 48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는 등 불법수사로 허위자백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요청한 증인 20명의 출석은 법리적 이유 등으로 어려운 만큼 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은 다음달 21일 열리는 두 번째 재판에서 각종 증거를 제출할 예정이다. 변호인은 목격자 진술, 살해당한 택시기사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 부검감정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최 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당초 지난해 8월 9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8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 시행으로 시효적용이 배제된 상황이다. 재심에서 최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새로운 수사로 진범이 드러난다는 두 개의 가정이 현실화될 경우 태완이법의 첫 적용사례가 될 수도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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