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상습폭행 ‘남원판 도가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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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부러뜨리고… 머리 찍고…
5년간 23명 학대 복지사 2명 구속, 원장은 묵인… 남원시는 실태조사 뒷짐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전북 남원의 한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원장과 사회복지사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남원경찰서는 16일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을 학대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사회복지사 조모 씨(42)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 씨(47)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폭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원장 이모 씨(72)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 씨 등은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생활지도 명분으로 중증 지적장애인 23명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창문을 여닫는 행동을 반복하는 장애인을 제지한다며 팔을 꺾어 부러뜨리고, 밥을 먹지 않는 또 다른 장애인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찍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탁자에 올라간 한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등에 올라타 발목을 꺾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불구속 입건된 교사 김 씨 등도 장애인에게 손등을 내밀게 한 뒤 100원짜리 동전을 여러 차례 던지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경찰은 2월 19일부터 3월 19일까지 한 달 분량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100여 건의 폭행 사실을 확보하는 등 이들이 모두 120여 차례 폭행을 가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범행 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폭행은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행을 당한 장애인 중에는 미성년자와 여성도 있었다.

시설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남원시도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 시설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폭행이 계속됐는데도 한 번도 인권실태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원=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장애인#사회복지사#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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