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진학률 70.8%… OECD 1위지만 대졸취업난 심화
교육투자, 부실채권 됐어도 대졸보다 낮은 고졸 취업률에 대학 간판 포기 못하는 현실
비효율적 대학진학률 낮추려면… ‘先취업 後진학’ 돕는 환경 필요
이미현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2개국(평균 100점) 중 최하위라고 한다. 2009년 첫 조사 이후 2014년까지 6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다 2015년에 잠깐 꼴찌를 면하긴 했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새삼 놀랄 이유도 없다.
하긴 굳이 이런 보고서를 보지 않더라도,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을 아이들이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기에 그렇게 밀어붙이고 있을 뿐이다. 그 근저에는 부모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집착이 깔려 있다. 한국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 덕택에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2008년에 최고점인 83.8%에 이르렀다. 그 후 내림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2015년 70.8%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학 졸업자들의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교육 투자의 상당 부분은 속절없이 부실채권이 되고 말았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진학률은 30% 이하였다. 경제가 성장하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 비율이 고교 졸업생의 70%를 넘을 정도로 높아질 수는 없다. 최근 5년간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50%를 겨우 넘기는 이유를 단지 경기침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진학률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높은 대학진학률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는 학사 학위 소지자가 필요한 일자리가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면 대졸 취업자의 상당수는 결국 과거에 고졸 취업자들이 하던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졸 학력만으로도 충분한 일을 하려고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학 졸업생 절반가량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접하며 우리는 더 이상 대학이 행복의 열쇠를 손에 쥐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아직은 선뜻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처럼 고교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조차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는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사람들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다. 최근 고졸 취업률이 오름세를 타고는 있지만 2015년 현재 취업률은 아직까지도 대졸 취업률보다 훨씬 낮은 34.3%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재 대학입시제도는 기본적으로 고교 교과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단 취업해 일하다가 나중에 필요를 느끼게 되면 대학에 진학하는 소위 ‘선취업 후진학’은 사실상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학 졸업장이 행복의 열쇠가 아닌데도 그것조차 없으면 더 큰 불확실성과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 탓에 부모들은 여전히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자녀의 행복을 담보로 잡혀가면서까지 대학에 보내고자 한다. 이토록 맹목적이고 비효율적인 대학 진학 열풍을 잠재우려면 먼저 고교 졸업자들에게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선취업 후진학’이 용이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대학 입학 정원의 일부를 사회 경력자들에게 할당하고 이들에게는 다른 입학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고졸자를 채용하는 기업들에 조세 혜택, 산재보험료 부담 경감 등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면 기업들이 고졸자만으로도 충분한 일자리를 굳이 대졸자로 채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교 교육만으로도 상당한 직업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특성화고교를 지원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런 정책을 추진하자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대학 입학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값등록금 정책보다는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더 시급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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