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내는게 이익? 로펌도 안 지키는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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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상시 근로자가 518명이라 영유아보육법상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 대상에 속한다. 근로자의 보육대상 자녀는 161명이다. 하지만 세종은 “설치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설치비가 부담된다”며 정부에 어린이집을 설치할 계획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 1143곳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을 실시 중인 곳은 605곳(52.9%)이었다. 법무법인 세종처럼 설치 작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거나 설치 계획조차 제시하지 않은 178곳과 조사에 응하지도 않은 사업장 146곳은 복지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

공표된 사업장에는 충주시, 영주시, 제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서강대, 광운대, 성균관대 등 대학교, 강동경희대병원, 분당차병원, 서울백병원 등 병원이 적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넥센, 미래에셋증권,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서울메트로 등 대기업도 포함됐다. 법무법인 광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연간 2억 원까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장은 과태료를 내는 게 이익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이유를 물어보니 ‘운영비 혹은 설치비가 부담돼서’라고 답했다. 정부가 최대 15억 원까지 지원하는 설치비와 과태료를 전부 고려해도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이다. ‘장소확보가 어렵다’(25%)는 응답과 ‘보육 대상이 부족하다’(24.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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