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경고그림 담뱃갑 상단배치 철회”…규제개혁위, 담배회사 주장 받아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20시 51분


코멘트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를 사실상 담배회사의 자율에 맡기도록 22일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10여 년에 걸친 진통 끝에 도입된 경고그림이 담뱃갑 하단에 인쇄되면 소비자가 담배를 살 때 판매대에 가려 구매 억제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규제개혁위는 이날 오후 규제심사에서 경고그림의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한 결과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인쇄하도록 한 부분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위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담배 제조·수입 회사와 판매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고그림을 담뱃갑 하단으로 내리면 구매 시점뿐 아니라 담뱃갑을 휴대할 때에도 흡연을 억제하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림 위치가 확인된 해외 81개국 중 51개국(63%)은 상단 인쇄를 택하고 있다. 한국이 비준한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도 경고그림을 상단에 인쇄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판매대를 기존보다 높게 만드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초안에는 “판매 시 경고그림을 고의로 가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복지부는 이를 최종안에서 빼는 대신 경고그림 인쇄 위치를 상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개혁위의 결정 탓에 담배회사나 편의점주가 경고그림을 가려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복지부는 이날 규제개혁위에 곧장 구두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했고, 다음주 초 서면으로 재심사를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규제개혁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다음달 13일 규제심사에서 경고그림의 위치를 다시 논의한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