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교육으로 ‘6차 산업형’ 식품산업 인재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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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식품생명공학과

오찬호 교수가 식품생명공학 전공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유세포측정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찬호 교수가 식품생명공학 전공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유세포측정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젊은이여, 당장 농대(農大)로 가라.”

세계적인 상품 투자자 짐 로저스 회장이 2014년 서울대 강연에서 던진 화두(話頭)다. 그는 “식량과 농경지 부족이 심해져 30년쯤 후면 농업이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농업은 미래 성장산업이자 생명산업이다. 전 세계가 농업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고 기술과 자본, 영토를 결합한 ‘농업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농업의 블루오션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농업의 6차산업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세를 얻고 있다. 6차는 ‘1차×2차×3차=6차’에서 나왔다. 즉 농업은 1차산업이 아니라 2차산업(제조 가공)과 3차산업(유통 서비스)까지를 포괄한다는 뜻이다. 농산물을 기르고, 가공해서, 인터넷으로 팔면 이게 6차산업이다. 이에 따라 대학 교육도 6차산업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융복합 교육을 통한 국내 최고의 6차산업형 식품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있다. 우석대 식품생명공학과다. ‘식품’에 강점 있는 이 학과는 1988년 호남에서 최초로 문을 열었다. 전북 5대 전략산업의 하나인 농생명(농식품)산업과 우석대 특성화분야인 바이오식품산업분야의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식품공학 분야(식품, 건강기능식품, 발효식품, 식품가공과 저장, 식품위생과 안전 등)와 생명공학(생화학 미생물학 유전공학 등)의 융합학문인 식품생명공학의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산업체 현장실습을 통해 식품과 생명산업 분야의 현장맞춤형 인재를 키우고 있다.

이 학과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주축학과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특성화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지역특화 식품산업 현장에 우수한 연구 인력을 내보내고 있다.

학과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2015학년도 학과평가 우수학과’란 표찰과 ‘2014년 취업률 향상 우수학과’ 표창장이 눈길을 끈다. 순간 “농업은 쌀농사이고, 노동집약 농지의존적 산업일 뿐”이라는 기자의 생각이 시대에 뒤처진 것임을 깨달았다. 갑자기 이 학과의 취업률이 궁금해졌다.

이 학과의 취업률은 2013년 60%, 2014년 83%, 2015년 72%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대학의 ‘잘나가는’학과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학과엔 숨겨진 보물이 있다. 바로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전략산업 전문 인력양성 특성화대학원(총괄책임자 오찬호 교수)’이다. 10명 과정인데 입학생 전원이 입학과 동시에 매칭기업에 취업을 보장받는다. 한국식품연구원, (주)대두식품, (재)농생명소재연구원, (주)한국농업경영기술연구원이 대표적인 매칭기업이다. 입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는 대신 매칭기업에서 2년간 근무해야 한다.

또 있다. 이 학과와 직접 협약한 가족기업만도 30여 개이며 LINC 사업단을 통해 협약한 가족기업은 300여 개에 달한다. (주)대두식품, (유)대신환경개발, (주)성농 등 전북소재의 기업체와 (재)임실치즈과학연구소, (재)진안홍삼연구소, 서울의 (주)한국식품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산학협력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오석흥 교수가 HPLC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석흥 교수가 HPLC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새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등 지역 언론은 이 학과 출신들의 각종 연구기관 진출을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4명) 농촌진흥청(5명) 식품의약품안전처(2명) 국립과학수사연구원(4명)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암센터 등 국공립연구기관에 대거 진출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밖에 2015년 겨울방학 때 정소리 씨 등 2명(우석대 전체 10명)은 말레이시아 UTM대학에서 할랄식품 자격 과정을, 3학년 강미진 씨는 올 2월 뉴질랜드에서 글로벌 해외현장실습 과정(8주간)을 수료하기도 했다.

식품생명공학과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15학년도 우석대 전체 학과 평가에서 4위에 올랐다. 오찬호 식품생명공학과 교수(학과장)는 “학생 충원율과 입학률, 취업률, 장학금 등의 평가요소를 종합해서 나온 결과다. 약학과와 간호학과 등을 제외하면 우리 학과가 실질적으로 취업 최상위학과나 마찬가지다. 맞춤형 실무능력을 갖춘 연구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교수와 학생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학과의 경쟁력을 키운 힘은, 단언컨대 알찬 교과과정이다. 1, 2학년은 전공기초를 배우고 3, 4학년은 전공 심화과정을 익힌다. 1학년은 메디시널푸드 식품학개론, 2학년은 식품생화학 식품미생물학, 3학년은 식품기능성평가 식품면역학, 4학년은 식품저장학과 기능성식품학, 식품안전성학을 배운다. 식품의 안전성과 마케팅, 포장,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식품’과 연계해 가르치고 있다.

기능성식품학 등 특화된 전공 교과목을 팀티칭(전담교수 2명 이상)으로 가르치는 것도 이 학과의 강점 중 하나. 교수들의 전공이 다르므로 수업 내용과 조금이라도 밀접한 전공자가 수업을 해야 이론에 맞는 실험과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학과는 현장실습 상위권 학과이기도 하다. 식품 관련 전공 교과목을 많이 개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실습이 적은 편. 이를 보강하기 위해 3, 4학년생들은 방학 중에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현장실습은 한번에 10~15명씩 학기별로 최대 30명이 받는다. 또한 4학년을 대상으로 ‘현장 실습학기’(한 학기 10%·전체 20%)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학과와 매칭된 식품기업에서 실습을 하고 18학점을 인정받는다. 나머지 학생들은 방학 중 현장실습을 한다.

생명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의 신비를 풀어나가는 ‘식품생화학’ 수업 장면.
생명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의 신비를 풀어나가는 ‘식품생화학’ 수업 장면.

최고급의 식품 가공·분석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도 학과의 자랑.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원료 및 제품생산용도의 저온진공농축기를 비롯해 대형 열풍건조기, 고속 분쇄기, 압착여과기, 알코올발효증류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교수와 학생이 직접 식품 현장을 찾아 진로를 탐색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식품박람회 참관’이 대표적. 이 행사엔 전 학년 전 교수가 참여해 식품산업계의 현황과 최신 동향(기계 포장 디자인 등)을 체득한다. 올해는 5월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가을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식품 분야 연구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희리 씨(3년)는 “지금까지 박람회에 4번 다녀왔는데 식품업계 전반의 흐름과 시장 동향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교수님들이 우리들에게 꿈을 심어주려 애쓰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

교과 과정 만큼이나 교수진도 탄탄하다. 교수는 8명(전임교수 6명, 초빙교수 2명)이다. 기능성식품학(최동성 교수), 식품기능성평가(오찬호 교수), 유전공학(오석흥 교수), 식품생물공학(조문구 교수) 외 2명의 전임교수가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다.

인상적인 교과목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윤나래 씨(4년)는 유창성 교수의 ‘식품안전성학’을, 김희리 씨는 오찬호 교수의 ‘식품생화학’을 꼽았다. 윤 씨는 “식품에 대한 기본지식과 기능성식품의 소재와 종류를 배웠다. 이를 통해 식품을 보관·저장할 때 고유의 물성(物性)을 유지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했다. 김 씨는 “생명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현상을 구명하고 각각의 생체구성분자의 특징을 배웠다. 식품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학과는 올해 35명을 뽑았다. 수시 27명, 정시 8명(정원 외 3명)이다. 정원 외 3명은 중국인 유학생이다. 수시와 정시 경쟁률은 각각 3 대 1. 수시합격자 수능 평균은 5등급 이내, 정시 합격자는 4등급이다. 최근 3년간 합격생 비율은 지역 내 70%, 기타 지역 30%인데 수도권 지역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녀 학생의 비율은 4 대 6으로 이 학과 역시 여풍(女風)이 거세다.

장학금도 풍부하다. 2015학년도 장학금 수혜율은 50%이며 학생 1인당 장학금 수혜액은 300만 원. 이 밖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우석챔프’ 제도도 있다. 학생들의 실적에 마일리지를 부여해 취득한 마일리지에 따라 장학금을 준다.

이 학과의 미래는 어떨까. 오찬호 교수는 “식품생명산업과 연관된 바이오소재를 개발하고 화학·생화학 및 미생물학적 안전성과 기능성을 연구하는 식품생명공학과의 미래는 밝다. 무엇보다 안전한 국민 먹거리 산업과 우리 식품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례=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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